“새 삶 열려”…보훈복지의료공단, 스마트 로봇의족 국산화 ‘성큼’
이상훈 기자
입력 2020-10-07 16:46 수정 2020-10-08 10:49
국가유공자 박명송 씨가 시험 개발 중인 국산 로봇의족을 착용하고 트레드밀을 걷고 있다.
“편하고 좋은 정도가 아닙니다. 저 같은 장애인에게는 새로운 삶이 열린 느낌입니다.”
국가유공자 박명송 씨(70)는 군 복무 시절인 28세 때 불의의 지뢰사고로 왼쪽 발목을 잃었다. 42년간 의족을 착용하면서 큰 불편을 느껴야 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영국, 독일 등으로 출장을 갔을 때는 자비를 들여 외국산 보장구를 알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구입하는 데만 수천만 원이 들고 애프터서비스(AS) 등은 엄두도 낼 수 없어 불편을 감수하고 살았다.
장애를 안고 살던 유공자 박 씨에게 새로운 ‘발’이 생겼다. 정부가 개발 중인 ‘스마트 보조기기’ 실증사업 시범대상자로 참여하면서 남보다 앞서 로봇의족을 착용하게 됐다. 박 씨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희열이 생겼다”며 흥분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운영 중인 중앙보훈병원과 한국기계연구원, ㈜휴고다이나믹스와 함께 첨단 로봇의족 국산화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공단은 7일 중앙보훈병원 보장구센터에서 ‘첨단 로봇의족 국산화 개발 시연회’를 열었다.
시연회에서는 절단장애 시범대상자 2명이 국산화 인증 시험 중인 RoFT(Robot Foot)를 착용한 채 평지, 경사로, 트레드밀 등 다양한 지면 환경에서 보행 시범을 보였다.
국산화 개발 중인 RoFT 로봇의족은 국내 최초로 발목 관절에 모터 구동식 장치를 적용하고, 장애인 신체 특성에 맞춰 크기와 무게를 10% 이상 줄여 편의를 극대화했다. 또 발목관절과 발바닥에 센서를 장착하고 안전장치를 추가해 불규칙한 지면과 경사로에서 보행상태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오작동은 최소화해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수입품에 의존 중인 로봇의족이 국산 개발에 성공해 최초로 상용화되면, 3400만 원에 달하는 기존 로봇의족의 3분의1 가격으로 국가유공자는 물론 하지절단 장애인에게 보급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정형·재활의료기기 사업화 인증 및 실증지원 사업’에 중앙보훈병원이 주관기관을 맡으면서 이뤄졌다. 중앙보훈병원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휴고다이나믹스와 협업 개발한 로봇의족의 품질개선 결과를 확인하고 추가로 반영할 예정이다.
11월에는 문제점을 보완한 로봇의족이 국가유공자 5명에게 시범 공급된다. 이후 약 1만6000여 명의 국내 하지절단 장애인에게 개인 맞춤형 로봇의족 보급을 확대하면 삶의 질을 향상하고 약 200억 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양봉민 이사장은 “보장구센터는 최첨단 스마트 의료장비 개발을 위한 R&D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의료기기 인증센터와 교육센터를 설립해 세계 최고 수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공공기관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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