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집단감염 위험’ 에어컨 대체할 냉방기술 나올까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8-21 03:00 수정 2020-08-21 03:00
美연구팀 ‘냉방 튜브’ 제안
벽-지붕 속에 냉각수 넣어 복사열로 더위 식히는 방식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에어컨을 통한 호흡기 질환 감염은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학기술계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구진들이 이처럼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에어컨을 대체하는 냉방기술을 제안했다.
포레스트 메거스 미국 프린스턴대 앤들링거 에너지및환경센터 교수와 애덤 리사넥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환경공학 교수 공동연구팀은 에어컨처럼 바람을 이용하지 않고도 냉방이 가능한 ‘냉방 튜브’를 개발했다고 1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냉방 튜브는 벽과 지붕 속에 냉각수를 흘려 벽을 차갑게 만드는 냉방장치다. 벽 사이에 사람이 있으면 벽에 열을 빼앗겨 몸이 시원해지는 원리다.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열이 전자기파 형태로 전달되는 현상인 복사열을 이용한 냉방장치다. 주변에 사람 몸보다 차가운 물체가 있으면 열을 빼앗겨 시원함을 느끼고, 반대로 뜨거운 물체가 있으면 열을 받아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바닥에 따뜻한 공기를 흘려보내 몸을 따뜻하게 하는 한국 고유의 난방방식인 온돌이 복사난방을 이용한 대표적인 예다.
사실 복사냉방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건축물에 활용돼 왔다. 에어컨에 비해 설치비가 2배 정도 비싸지만 공기 전체를 냉각하는 에어컨보다 효율이 높다. 하지만 냉방으로 생기는 ‘결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복사냉방을 위해 차가워진 벽에는 여름날 얼음물을 담은 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듯 공기 속 수분이 물방울로 맺힌다. 벽에 물이 맺히면 벽지에 곰팡이가 피는 등 관리가 어려워진다. 연구팀은 이를 막기 위해 냉각 패널을 감싸는 폴리에틸렌 소재 방습막을 개발했다. 외부 벽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막고 복사 현상은 그대로 일어나도록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냉방 튜브는 덥고 습한 싱가포르에서 냉방 능력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기온이 섭씨 30도에 상대습도가 66%로 높은 야외에 벽 일부를 뚫어 외부와 통하도록 한 냉방 튜브를 설치했다. 벽에는 17도의 냉수를 흘려준 뒤 사람들에게 냉방을 체험하도록 했다. 그 결과 참가자 37명 중 79%가 냉방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참가자가 느끼는 복사온도는 24도였다. 내부 온도나 습도는 바뀌지 않았고 공기 흐름은 초속 0.26m에 불과했다. 물방울이 맺히는 이슬점은 23.7도였음에도 벽에 물방울이 전혀 맺히지 않았다.
에어컨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을 최대 절반까지 줄이면서도 더운 여름에 창문을 열고 냉방할 수 있는 점이 냉방 튜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연구팀은 소개했다. 2022년에는 상용화 형태의 기술을 시연할 계획이다. 리사넥 교수는 “현재는 에어컨이 필수품인 상황이지만 앞으론 에어컨보다 효율이 높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벽-지붕 속에 냉각수 넣어 복사열로 더위 식히는 방식
연구팀이 개발한 냉방 튜브 시설에서 복사 냉방을 체험하고 있다. 냉방 튜브는 내부 공간이 외부로 열려 있어도 냉방이 가능하다. 취리히연방공대 싱가포르분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0여 명 발생한 경기 파주시 스타벅스 파주야당역점의 집단감염에 대해 에어컨 바람이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밀폐된 공간에서 긴 장마로 환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매장 내 에어컨 바람을 타고 바이러스가 강하게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했다.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에어컨을 통한 호흡기 질환 감염은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학기술계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구진들이 이처럼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에어컨을 대체하는 냉방기술을 제안했다.
포레스트 메거스 미국 프린스턴대 앤들링거 에너지및환경센터 교수와 애덤 리사넥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환경공학 교수 공동연구팀은 에어컨처럼 바람을 이용하지 않고도 냉방이 가능한 ‘냉방 튜브’를 개발했다고 1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냉방 튜브는 벽과 지붕 속에 냉각수를 흘려 벽을 차갑게 만드는 냉방장치다. 벽 사이에 사람이 있으면 벽에 열을 빼앗겨 몸이 시원해지는 원리다.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열이 전자기파 형태로 전달되는 현상인 복사열을 이용한 냉방장치다. 주변에 사람 몸보다 차가운 물체가 있으면 열을 빼앗겨 시원함을 느끼고, 반대로 뜨거운 물체가 있으면 열을 받아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바닥에 따뜻한 공기를 흘려보내 몸을 따뜻하게 하는 한국 고유의 난방방식인 온돌이 복사난방을 이용한 대표적인 예다.
사실 복사냉방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건축물에 활용돼 왔다. 에어컨에 비해 설치비가 2배 정도 비싸지만 공기 전체를 냉각하는 에어컨보다 효율이 높다. 하지만 냉방으로 생기는 ‘결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복사냉방을 위해 차가워진 벽에는 여름날 얼음물을 담은 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듯 공기 속 수분이 물방울로 맺힌다. 벽에 물이 맺히면 벽지에 곰팡이가 피는 등 관리가 어려워진다. 연구팀은 이를 막기 위해 냉각 패널을 감싸는 폴리에틸렌 소재 방습막을 개발했다. 외부 벽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막고 복사 현상은 그대로 일어나도록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냉방 튜브는 덥고 습한 싱가포르에서 냉방 능력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기온이 섭씨 30도에 상대습도가 66%로 높은 야외에 벽 일부를 뚫어 외부와 통하도록 한 냉방 튜브를 설치했다. 벽에는 17도의 냉수를 흘려준 뒤 사람들에게 냉방을 체험하도록 했다. 그 결과 참가자 37명 중 79%가 냉방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참가자가 느끼는 복사온도는 24도였다. 내부 온도나 습도는 바뀌지 않았고 공기 흐름은 초속 0.26m에 불과했다. 물방울이 맺히는 이슬점은 23.7도였음에도 벽에 물방울이 전혀 맺히지 않았다.
에어컨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을 최대 절반까지 줄이면서도 더운 여름에 창문을 열고 냉방할 수 있는 점이 냉방 튜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연구팀은 소개했다. 2022년에는 상용화 형태의 기술을 시연할 계획이다. 리사넥 교수는 “현재는 에어컨이 필수품인 상황이지만 앞으론 에어컨보다 효율이 높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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