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앞두고 정부·통신업계 ‘갈등’

유근형 기자

입력 2020-07-27 19:09 수정 2020-07-27 19:1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동아일보DB

“중고로 팔면서 새 물품 가격을 달라니….”

올해 말 3세대(3G), 4세대(4G·LTE)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통신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난 3G, 4G의 주파수를 재배정 받는데 업계 통틀어 약 3조 원의 비용부담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으로 대규모 5G 투자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파수 재할당 비용이 과도할 경우 5G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6월 이용 기간이 종료되는 주파수 310㎒ 폭에 대한 재할당 비용을 이르면 11월 확정할 계획이다. 현행 전파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파수 할당대가는 실제 및 예상 매출액을 기준으로 납부금을 산정하고, 경매로 할당된 적이 있는 경우 과거 낙찰가를 반영할 수 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약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 과거(3G, 4G) 주파수에 정부가 과도한 비용을 요구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1조 원대 중반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주파수 재할당 비용을 인하했고, 우리와 5G 시장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미국 일본은 재할당 비용이 거의 사라졌는데, 우리만 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실제 국내 통신 기업들의 주파수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다. 통신 3사의 매출액 대비 주파수 비용 부담률은 2012년 4.0%에서 2019년 8.1%로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4.7%)의 2배에 가깝다. 5G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2.7%)은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통3사는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는 기존 주파수를 재할당할 때는 최초 할당 때와는 다른 비용 산정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주파수 1MHz당 매출 기여도는 2012년(865억 원)에 비해 지난해(327억 원)에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 경매 결과는 재할당 산정에 반영하지 말고, 연매출 성장률도 최대 3%까지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파법의 취지에 맞게 적정대가를 부과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국가 희소자원인 주파수 자원에 적정한 주파수 할당대가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장관은 15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에서 “해당(주파수 재할당) 이슈와 디지털 뉴딜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 재할당 비용을 고수할 경우 5G 전국망 구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통신 3사는 디지털 뉴딜 지원을 위해 5G 전국망 구축 목표를 2025년에서 2022년으로 앞당기고 향후 3년간 약 25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주파수 재할당 비용까지 추가되면 투자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이동통신 매출 감소세 속에 5G 투자, 주파수 재할당 비용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디지털 뉴딜 추진동력이 꺼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