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도 얻기 힘든 상황… 맨땅에 헤딩끝 국산화 성공”
여수=허동준 기자
입력 2020-06-16 03:00 수정 2020-06-16 03:00
日독점 광학렌즈원료 양산
한화솔루션 여수사업장 르포
XDI는 굴절률이 높고 누렇게 변색되는 황변 현상이 없어 주로 고급 광학렌즈의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친환경, 무독성에 접착성까지 지녀 식품용 포장접착제부터 자동차 내부 코팅제까지 활용폭이 넓은 고부가가치 소재이기도 하다.
10일 방문한 한화솔루션 전남 여수사업장에서는 XDI 생산이 한창이었다. 개발 4년 만에 국산화에 성공해 지난달부터 양산을 시작한 것이다. 네댓 평의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XDI 연구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직원들은 이곳에서의 연구를 ‘맨땅에 헤딩’이라고 표현했다. 샘플도 얻기 힘든 상황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전식 한화솔루션 XDI 건설 태스크포스(TF) 팀장은 “경쟁사 이상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굴절도와 황변 여부를 판단하는 렌즈 테스트만 200∼300번 진행했다”고 말했다.
2017년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기술인증을 따내는 등 기술적 성과를 낸 이후 ‘컨테이너’는 약 700m² 부지에 5층 높이로 세워진 공장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선 탱크에 저장된 원재료가 배관을 통해 이동해 반응 5단계, 정제 4단계를 거쳐 250kg의 드럼통에 담긴 XDI로 변신한다. 현재는 연산 1200t 규모 공장의 50%가 가동되고 있지만 한화솔루션은 3년 내 풀로 가동할 방침이다.
다만 소재 국산화가 시장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한화솔루션은 국산 소재의 이점을 살려 안정적인 공급과 기술지원(TS)을 바탕으로 국내 생태계 구축에 나설 방침이지만 주고객사인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선 실패를 감수하며 원료를 테스트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화학 소재 분야는 기술장벽이 높고 양산 테스트 비용 등 투자 부담이 커 공급사가 어렵게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수요가 늘지 않아 상용화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채승원 한화솔루션 TDI환경안전기술팀 차장은 “과거에는 국내 수급이 어려워 테스트를 할 수도 없었지만 이제 국산화에 성공했으니 여건이 마련됐다”며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중소·중견기업들도 부담 없이 테스트하고 제품에 적용해 국내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수=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한화솔루션 여수사업장 르포
한화솔루션 전남 여수사업장 내 XDI 공장 전경. 한화솔루션 제공
2016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적자 상태에서도 수백억 원을 투자해 일본 화학회사 미쓰이케미컬이 독점 생산해온 ‘자이릴렌 디이소시아네이트(XDI)’를 개발해 보기로 한 것이다. XDI는 국내 수입량이 연간 10t 안팎으로 회사가 추산한 잠재수요(약 600t)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어 해볼 만하다고 봤다. XDI는 굴절률이 높고 누렇게 변색되는 황변 현상이 없어 주로 고급 광학렌즈의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친환경, 무독성에 접착성까지 지녀 식품용 포장접착제부터 자동차 내부 코팅제까지 활용폭이 넓은 고부가가치 소재이기도 하다.
10일 방문한 한화솔루션 전남 여수사업장에서는 XDI 생산이 한창이었다. 개발 4년 만에 국산화에 성공해 지난달부터 양산을 시작한 것이다. 네댓 평의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XDI 연구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직원들은 이곳에서의 연구를 ‘맨땅에 헤딩’이라고 표현했다. 샘플도 얻기 힘든 상황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전식 한화솔루션 XDI 건설 태스크포스(TF) 팀장은 “경쟁사 이상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굴절도와 황변 여부를 판단하는 렌즈 테스트만 200∼300번 진행했다”고 말했다.
2017년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기술인증을 따내는 등 기술적 성과를 낸 이후 ‘컨테이너’는 약 700m² 부지에 5층 높이로 세워진 공장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선 탱크에 저장된 원재료가 배관을 통해 이동해 반응 5단계, 정제 4단계를 거쳐 250kg의 드럼통에 담긴 XDI로 변신한다. 현재는 연산 1200t 규모 공장의 50%가 가동되고 있지만 한화솔루션은 3년 내 풀로 가동할 방침이다.
다만 소재 국산화가 시장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한화솔루션은 국산 소재의 이점을 살려 안정적인 공급과 기술지원(TS)을 바탕으로 국내 생태계 구축에 나설 방침이지만 주고객사인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선 실패를 감수하며 원료를 테스트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화학 소재 분야는 기술장벽이 높고 양산 테스트 비용 등 투자 부담이 커 공급사가 어렵게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수요가 늘지 않아 상용화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채승원 한화솔루션 TDI환경안전기술팀 차장은 “과거에는 국내 수급이 어려워 테스트를 할 수도 없었지만 이제 국산화에 성공했으니 여건이 마련됐다”며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중소·중견기업들도 부담 없이 테스트하고 제품에 적용해 국내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수=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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