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통장… SKT 통장… 금융영토 공략 속도내는 IT 기업들

곽도영 기자

입력 2020-06-09 03:00 수정 2020-06-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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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100만원까지 年3% 금리… 결제액의 3% 포인트로도 환급
SKT도 年2% 자유입출금 통장
결제액 적립 서비스 나선 쿠팡, 분사시켜 핀테크 시장 진출 할듯
기존 금융권 “2030 대상 경쟁 시작”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까지 등판했다.”

네이버가 8일 최대 6%까지 수익률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내놓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이런 평가가 나왔다. 네이버의 금융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네이버통장’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업계는 “당장 큰 파급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카카오뱅크, 토스처럼 신선한 아이디어로 전장에 뛰어드는 ICT 기업들과 일대 격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 카카오 이어 금융시장 ‘녹색 메기’ 될까
네이버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네이버통장 가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네이버통장은 예치금 100만 원까지 3% 수익률을 제공한다. 100만 원 초과∼1000만 원 이하 금액은 1%, 1000만 원 초과 금액은 0.35% 수익률을 각각 제시했다. 여기에 네이버통장 계좌로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충전해 결제할 경우 결제액의 3%를 포인트로 추가 환급해준다.

신분증만 있으면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를 이용한 쇼핑과 비대면 금융에 익숙한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젊은층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저금리 시대에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금융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도 이달 15일 하나금융그룹 핀테크 자회사 핀크,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자유입출금 ‘T이득통장’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시중은행 금리가 0%대로 사상 최저인 상황에서 2% 금리를 제공해 “국내 1금융권 중 최고 수준”임을 내세웠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핀크와 함께 최대 5% 적금 상품을 출시해 가입자 10만 명을 유치하기도 했다.

기존 금융권은 긴장하고 있다. 젊은층 수요를 파악하고 있는 ICT 기업들이 하나둘 금융 시장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이 이미 몸집이 크고 무거운 공룡이라면 네이버는 발 빠른 도롱뇽”이라며 “50대 이상 자산가들은 기존 금융권과 주로 거래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2030세대로 부의 이전이 일어나면 진짜 경쟁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ICT 업계도 결국 금융 눈독 들일 수밖에 없어
ICT 업계가 앞다퉈 금융시장에 뛰어드는 건 이미 카카오와 KT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키며 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달까지 5% 수익률 제공 프로모션을 했던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가입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인허가 문제로 기존 금융권과 협업을 할 수밖에 없다. 관련 규제는 피하면서 자사 서비스를 연동시켜 간접 효과를 얻자는 전략이다.

ICT 플랫폼도 궁극적으로는 쇼핑, 금융에서 수익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아마존, 구글 등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니콘 기업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포인트 적립을 내세우며 자사 페이먼트 서비스로 소비자를 이끌고 있다.

배민은 이달 말까지, 쿠팡은 무기한으로 각각 배민페이와 쿠페이로 결제 시 결제액의 1%를 적립해준다. 네이버페이처럼 주로 해당 서비스 내의 가상머니를 미리 충전한 뒤 결제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잡아두는 효과와 함께 서비스 재결제율도 높일 수 있다. 쿠팡은 내부 서비스 결제 용도에 그치지 않고 3월 핀테크 부문인 쿠페이를 별도 회사로 분사시키는 등 전격적으로 핀테크 시장에 진출할 포석을 마련했다.

ICT 업계 관계자는 “ICT 기업들은 금융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를 잠가 두는 록인(lock-in) 효과와 함께 일정 수준의 금융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이들의 금융 서비스 진출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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