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들어가면 침묵하던 내비 LTE신호 받으니 빵빵 터지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5-11 03:00 수정 2020-05-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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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로 정확도 높인 실내측위 기술… ‘카카오내비’에 적용해 편의성 높여
스마트폰 위치 2∼3m 이내로 확인… 촬영 영상 분석해 위치 찾아내거나
환자 모니터링 기술 개발에 활용도


서울 남부를 동서로 가르는 강남순환로는 총길이 22.9km 가운데 10.4km가 터널 구간이다. 도로 절반에 가까운 구간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닿지 않아 스마트폰에 설치한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의 안내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6일부터 강남순환로 터널에서 무용지물이던 내비게이션이 길 안내를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신호를 받아 실내에서 위치를 알아내는 기술을 ‘카카오내비’에 적용하고 본격적인 시범 서비스에 나서면서부터다. 이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실내 측위 기술이 여기에 활용됐다.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인 ‘측위’는 주로 GPS에 의존한다. GPS는 위성 4기가 쏘는 전파로 파악한 사용자의 거리를 토대로 위치를 찾아내는 삼변측량법을 활용한다. 위성에서 신호를 받아야 해서 막힌 실내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실내에서 위치를 찾는 방법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와이파이(무선랜)나 블루투스 신호 발생장치인 ‘비콘’ 여러 대를 통해 위치를 찾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들 실내 측위 기술은 삼변측량법 대신에 ‘핑거프린팅’ 기술을 쓴다. 핑거프린팅은 ‘손가락 지문’이라는 이름처럼 지형 신호의 지문을 뜨는 방식이다. 수백 대의 신호기가 발산하는 신호 세기를 측정해 각각의 특성을 일일이 저장해 뒀다가 특정 위치에서 신호 세기를 분석해 위치를 파악한다.

지도 데이터 기업 ‘다비오’가 실내 측위 기술을 접목한 실내 내비게이션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시연하고 있다. 다비오 제공
최근 이런 기술이 다시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LTE 신호를 활용하면서도 정확도를 높인 기술을 개발했다. 실내에서 LTE 신호의 세기를 위치별로 미리 측정해 저장한 지형 지문과 실제 해당 위치에서 여러 차례 수신한 신호 세기가 같은지를 비교해 위치를 알아낸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보행자의 위치를 2∼3m 이내로 정확하게 집어낸다. 차량에서는 GPS와 비슷한 오차범위(10∼20m) 내에서 위치를 찾아낸다.

신호 세기 측정에는 LTE뿐만 아니라 와이파이, 블루투스, 5세대(5G) 이동통신 신호도 활용할 수 있다. 전파가 닿는 범위가 15km인 LTE와 달리 5G는 최대 3.5km여서 기지국 수가 촘촘해 정확도가 더 올라간다.

실내 측위 기술이 순조롭게 발전하면 ‘심리스 내비게이션’을 실현할 수 있다. 심리스란 경계가 없어 끊김이 없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건물에 들어가서도 가고 싶은 위치를 안내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이 책임연구원은 롯데백화점과 공동으로 가려는 백화점 매장 이름만 입력하면 가장 빨리 도착할 주차 위치까지 안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소비자가 매장을 돌아다니는 패턴을 분석해 다양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도 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는 캐나다의 부동산 업체로부터 지하 복합쇼핑몰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책임연구원은 “돌아다니는 사람의 위치를 파악해 사람이 몰리는 곳에 전등을 켜고 냉난방을 조절하는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과는 고위험군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의 건강 정보와 위치 정보를 수집해 관리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실내에서 발생한 사고 때 구조 요청자의 위치정보 오차를 줄이는 ‘긴급구조용 지능형 정밀측위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필요성이 커진 감염병 환자와 자가 격리자의 이동 동선 추적에도 활용될 수 있다. 환자가 건물에 들어가도 구체적인 동선을 알 수 있어 환자가 이용한 건물 층만 폐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며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위치를 알아내는 영상 기반 실내 측위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네이버는 영상 기반 실내 측위 기술을 개발해 경기 성남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는 영상을 올해 1월 공개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영상 실내 측위 기술 벤처기업인 ‘다비오’와 함께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기술을 테스트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18년 발간한 ‘국내외 LBS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36억 달러 규모이던 실내 측위 기술 시장은 연평균 47.3% 증가해 2021년 163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LBS 시장 내에서 실내 측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13.9%에서 16.9%로 늘어날 예정이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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