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금지원 길 열린 케이뱅크… 카뱅과 경쟁체제 이뤄질까

장윤정 기자

입력 2020-05-01 03:00 수정 2020-05-01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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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법 국회 통과
케이뱅크, 1년간 사실상 개점휴업… 카뱅은 가입자 1154만명 독주
KT, 계열사 BC카드 통해 증자할 듯… 내년 ‘토스’ 진입땐 생존경쟁 심화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30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었던 케이뱅크가 우여곡절을 딛고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터넷뱅크의 경쟁 체제는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혀줄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는 지난 1년여간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벌이지 못했다. 발목을 잡은 건 인터넷전문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관련 규정이었다. 대출 등 영업활동을 위해서는 증자가 필요한데 자본금을 대줄 수 있는 케이뱅크의 주주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계획했던 KT 주도의 대규모 증자가 무산되면서 자본 부족에 허덕이던 케이뱅크는 대출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4월부터 직장인K신용대출 등 대출을 줄줄이 중단하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번 인터넷은행법 통과로 케이뱅크는 일단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다만 KT가 당장 증자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일단은 자회사인 BC카드 주도의 간접 증자에 나설 방침이다. KT가 케이뱅크 지분 10%(약 2230만 주)를 BC카드에 약 363억 원에 넘긴 뒤, BC카드가 6월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34%(7480만 주)까지 확보하는 방식이다. KT가 직접 대주주가 되는 것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인 BC카드를 대신 내세운 것이다.

케이뱅크가 자본 확충을 통해 본격적인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이미 멀찌감치 달아나버린 카카오뱅크와의 경쟁은 또 다른 과제다. 케이뱅크가 자본 부족에 허덕이는 사이 3개월 늦게 출범한 2호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가입자 수는 1154만 명으로 케이뱅크(120만 명)의 10배에 이른다.

카카오뱅크가 ‘26주 적금’, 소액 저축상품 ‘저금통’ 등 남다른 아이디어 상품으로 충성 고객층을 형성한 반면 케이뱅크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내년에 간편 송금 서비스로 1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토스도 본격적으로 인터넷은행에 뛰어들게 되면 업계의 생존경쟁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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