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신약 개발의 뚝심… 한국, ‘글로벌 신약’

허동준 기자

입력 2020-04-27 03:00 수정 2020-04-2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100년 국민의 건강을 지켜온 기업]
국산 신약 1호 ‘선플라주’ 필두
R&D 투자로 다양한 라인업 구축
세계 열번째 신약 개발국 등극


한국의 제약산업은 국가적 희로애락과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 치하에서 설립된 민족 제약회사들은 여러 불이익과 차별 속에서도 근대 약업의 발판을 마련했고, 광복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의약품 수출의 기틀을 다졌다. 1960, 70년대 ‘한강의 기적’ 때도 국내 제약업체는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1971∼1975년 국내 제약업계는 연평균 34.7%에 달하는 급성장을 이어갔다.

시련도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은 제약기업은 18곳에 달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은 과거 외형 성장에만 치중하던 경영 방식에서 탈피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냈다. 그 결과 1997년 국내 개발 신약 1호인 ‘선 플라주’를 시작으로 2003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국내 개발 신약 중 처음으로 ‘팩티브’가 등록되면서 세계 10번째 신약 개발국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국내 제약기업들의 분투는 빛을 발하고 있다. 동화약품과 대웅제약 등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897년 대한제국 원년 설립된 동화약방(동화약품의 전신)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인 ‘활명수’ 판매와 시작을 함께했다. 당시 활명수는 문자 그대로 ‘생명을 살리는 물(活命水)’이었다. 이제 동화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신약 물질 임상시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창립 94주년을 맞는 유한양행은 1962년 제약업계 최초로 기업을 공개하고 주식을 상장했다. ‘기업 이윤은 될 수 있는 한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발전시키는 것이 기업의 임무이며 책임’이라는 창업자의 의지를 실현한 것이다. 5년 전부터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신약 개발사로 탈바꿈하며 새로운 100년을 준비 중이다.

‘국민음료’ 박카스를 만드는 동아제약 역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사적인 지원에 나섰다. 동아제약, 동아ST 등 동아쏘시오그룹 재난 태스크포스(TF)팀의 ‘안전 키트’ 전달 사업과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봉사약국 트럭’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따뜻함을 전했다.

1941년 설립된 유유제약은 6·25전쟁 직후 출시한 종합비타민 ‘비타엠’을 시작으로 결핵 치료제 ‘유파스짓’, 국내 최초 연질캡슐 종합영양제 ‘비나폴로’ 등을 내보이며 제약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제약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적용한 경영을 펼치기 시작하기도 했다.

같은 해 설립된 종근당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나섰다. 2018년 항암제 공장을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 준공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종근당은 올해 15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목표로 하며 혁신신약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광복 1주일 전 탄생한 JW중외제약은 ‘생명존중’의 창업이념을 바탕으로 1959년 ‘5% 포도당’, 1969년 인공 신장 투석액 ‘인페리놀’ 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치료제 중심의 제약회사로 기틀을 다졌다. 현재 연간 약 1억1000만 백을 생산해 수액 국내 소비량의 4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 법인을 보유한 대웅제약은 창사 이래 혁신신약 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이제는 2025년까지 진출 국가에서 10위권에 진입하고 100개국 수출 네트워크 구축을 하는 ‘글로벌 2025 비전’과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 최고 수준인 2098억 원을 R&D에 투자하는 등 한국형 R&D라는 한국 제약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현재 대사질환, 면역질환 영역에서 31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국내 독감백신 시장 1위인 GC녹십자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넓혀가고 있다. ‘훼미닌’, ‘세븐에이트’ 등 국내 염모제 시장을 이끌어 온 동성제약은 유럽 및 중국, 미국 등 해외 진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게보린’을 생산하는 삼진제약은 1968년 설립 이래 노사 무분규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