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진단 1000만원”… 보험사기 부추기는 SNS
김동혁 기자
입력 2020-02-19 03:00 수정 2020-02-19 03:24
“2주 교통사고 진단으로도 1000만 원 이상 받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보험 컨설팅’ 채널을 운영하는 A 씨는 교통사고 보험금을 많이 받는 방법이라며 방송에서 이같이 귀띔했다. 정밀검사를 통해 신경 손상 등의 진단을 받아 이른바 ‘숨겨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엑스레이 대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라. 목, 허리 디스크가 진단되면 좋다”고도 했다. 해당 동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49만여 회에 달했다. 하지만 보험금을 청구할 때 손해를 부풀리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것도 엄연한 보험사기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질 수 있다.
○ 보험설계사가 앞장서 보험사기 조장
최근 유튜브 채널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주요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보험사기를 부추기는 콘텐츠들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이들 콘텐츠 제작자 중 상당수는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권 종사자를 표방한다. 이들은 보험금을 최대한 타내는 것이 보험 가입자 ‘개인의 권리’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들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간 사기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자신을 11년 경력의 보험설계사라고 소개한 유튜버 B 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실손보험을 가입하고 3년간 된장처럼 묵혀라”라고 강조했다. 과거 병력으로 보험 가입에 제약이 따르는 고객의 경우 설계사에게 이를 알리지 말고 일단 보험에 가입하라는 것이다. B 씨는 “고객이 과거 병력 등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3년 동안만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사가 알 방법이 없다. 그 다음부터는 마음껏 보험금을 청구하라”고 속삭였다.
실손보험을 활용한 보험사기 행위를 ‘유용한 팁’인양 소개하는 경우도 많았다. C 씨는 SNS에 “비염 진단이 있다면 공짜로 코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D 씨는 “백내장 수술을 한 것처럼 진단받으면 노안(老眼) 교정 수술도 실손보험으로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자신의 차량을 열쇠 등 날카로운 금속으로 긁은 뒤 타인에 의한 피해인 것처럼 가장해 ‘공짜 도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인터넷상에서 공공연하게 나돈다.
○ 온라인 보험사기 팁 범람해도 ‘어려운 형사처벌’
‘보험금을 잘 받는 팁’이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보험사기를 조장하고 있지만 콘텐츠 제작자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내세우고 ‘∼로부터 들은 내용’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며 법망을 피해 간다.
다만 이들의 얘기를 듣고 직접 실행에 옮긴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보험금 청구를 위해 과잉 진료를 받거나 허위 진단을 요구하다 적발되면 사기 행위로 간주돼 처벌받는다. 한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내용을 전한 사람은 공모자로 입증되지 않는 이상 처벌이 어렵지만, 내용을 접한 뒤 구체적으로 범죄를 실행한 사람의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손해보험협회 측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주요 플랫폼을 통해 보험사기를 조장하는 불법·유해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차단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유튜브에서 ‘보험 컨설팅’ 채널을 운영하는 A 씨는 교통사고 보험금을 많이 받는 방법이라며 방송에서 이같이 귀띔했다. 정밀검사를 통해 신경 손상 등의 진단을 받아 이른바 ‘숨겨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엑스레이 대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라. 목, 허리 디스크가 진단되면 좋다”고도 했다. 해당 동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49만여 회에 달했다. 하지만 보험금을 청구할 때 손해를 부풀리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것도 엄연한 보험사기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질 수 있다.
○ 보험설계사가 앞장서 보험사기 조장
자신을 11년 경력의 보험설계사라고 소개한 유튜버 B 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실손보험을 가입하고 3년간 된장처럼 묵혀라”라고 강조했다. 과거 병력으로 보험 가입에 제약이 따르는 고객의 경우 설계사에게 이를 알리지 말고 일단 보험에 가입하라는 것이다. B 씨는 “고객이 과거 병력 등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3년 동안만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사가 알 방법이 없다. 그 다음부터는 마음껏 보험금을 청구하라”고 속삭였다.
실손보험을 활용한 보험사기 행위를 ‘유용한 팁’인양 소개하는 경우도 많았다. C 씨는 SNS에 “비염 진단이 있다면 공짜로 코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D 씨는 “백내장 수술을 한 것처럼 진단받으면 노안(老眼) 교정 수술도 실손보험으로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자신의 차량을 열쇠 등 날카로운 금속으로 긁은 뒤 타인에 의한 피해인 것처럼 가장해 ‘공짜 도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인터넷상에서 공공연하게 나돈다.
○ 온라인 보험사기 팁 범람해도 ‘어려운 형사처벌’
‘보험금을 잘 받는 팁’이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보험사기를 조장하고 있지만 콘텐츠 제작자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내세우고 ‘∼로부터 들은 내용’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며 법망을 피해 간다.
다만 이들의 얘기를 듣고 직접 실행에 옮긴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보험금 청구를 위해 과잉 진료를 받거나 허위 진단을 요구하다 적발되면 사기 행위로 간주돼 처벌받는다. 한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내용을 전한 사람은 공모자로 입증되지 않는 이상 처벌이 어렵지만, 내용을 접한 뒤 구체적으로 범죄를 실행한 사람의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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