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 ‘기술혁신’에 달렸다

황태호 기자

입력 2019-12-20 03:00 수정 2019-1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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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술은 ‘총성 없는 전쟁무기’… 국가 경제 넘어 외교-안보에 영향
시스템 반도체-인공지능-로봇 등
각 분야 신기술 경쟁력 확보해야… 불안정한 경영환경-4차산업 대비



삼성전자가 199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64메가비트(Mb) D램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 강국’의 신호탄을 쐈다. 1991년 개발된 현대자동차의 알파엔진은 일본 미쓰비시로부터 ‘기술 독립’을 성공시켰고, 한국을 신흥국 중 유일하게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의 나라로 만들었다. 1994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는 ‘통신 강국’ 초석을 닦았다.

한국 기업사(史)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들이다. 한국의 국부는 이런 기술에서 나온다. 자원도 없고 시장도 크지 않은 나라가 국내총생산(GDP) 12위의 경제대국이 된 바탕에는 결정적 기술혁신의 순간들이 있었다.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은 언제나 뜨겁다. 단순히 기업의 수익, 고용의 창출을 넘어선다. 미국과 중국의 5G 패권 경쟁,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서 보듯이 국가 간 ‘총성 없는 전쟁의 무기’로도 쓰인다. 앞선 기술 개발은 국가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문화 등 전 분야에 영향력을 미친다.

1992년부터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새로운 신화를 만들기 위해 분투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진과 만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기술 경쟁력 확보”라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위해 마련한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 중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R&D 투자금액이 73조 원을 차지한다. 60조 원은 생산시설 확충에 쓰인다.

현대자동차는 급격한 자동차산업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중장기 혁신 계획 ‘2025 전략’을 최근 공개했다. 현재의 사업 구조를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2대 사업 구조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전략이다. 이를 통해 2025년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3대 제조사로 도약하고, 플랫폼 서비스 사업에서도 수익 창출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자동차에서 나아가 개인용 비행체(PAV)와 로보틱스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한다. 여기에 새로운 성장 동력인 플랫폼 기반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더해 고객에게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로움과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 경험을 모두 제공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불안정한 대내외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각 관계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한다. 올해 8월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9 이천포럼’에서 AI 등 이른바 ‘빅 트렌드’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을 확인하고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천포럼 마무리 발언에서 “AI, DT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우리 고객 범위를 확장하고 고객 행복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이를 통해 SK가 추구해 온 ‘딥 체인지’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고,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는 혁신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SK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디지털 기술 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LG그룹은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등 주력 사업군을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대하고, 자동차부품, 로봇, AI, 차세대 디스플레이, 5G 등 성장엔진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인 서울 강서구 마곡LG사이언스파크는 이를 위한 전초기지이다. LG그룹은 LG사이언스파크에서 전자와 화학, 바이오, 소프트웨어, 통신 등 다양한 이종 사업 간 융복합 연구개발을 강화한다.

롯데그룹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롯데는 미래 성장을 위해 향후 5년간 국내외 전 사업부문에 걸쳐 50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 유통부문에서는 온라인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며, 화학부문에서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이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AI와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모든 사업 프로세스에 적용해 혁신을 이뤄야 한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기존의 상식과 통념을 깨는 새로운 성장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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