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공동창업자 페이지-브린 “구글은 21세청년… 잔소리 이제 그만하겠다”
황태호 기자
입력 2019-12-05 03:00 수정 2019-12-05 03:00
구글 공동창업자 페이지-브린, 경영일선서 물러나
지주사 알파벳 이사로만 남기로
새 CEO엔 인도 출신 40대 피차이… 웹브라우저 ‘크롬’ 1위 이끈 주역
“1998년 설립된 구글은 사람으로 치면 안식처를 떠날 때가 된 21세 청년이 됐다. 매일 성가신 잔소리나 하는 부모가 아니라 조용히 조언과 사랑을 주는 부모가 되겠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46)와 세르게이 브린(46)이 창업 21년 만에 이 같은 편지를 남기고 4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순다르 피차이 현 구글 최고경영자(CEO·47)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CEO를 겸임하고, 각각 알파벳 CEO와 구글 사장을 맡고 있던 페이지와 브린은 경영권을 내려놓고 대주주이자 이사회 멤버로만 남기로 했다.
두 창업자는 이날 구글 직원들에게 남긴 공개편지에서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구글과 알파벳에 깊이 관여해왔다”며 “앞으로는 우리가 열정을 가진 사업 주제에 대해서만 피차이 CEO와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제한적인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2001년부터 약 10년간 전문경영인 에릭 슈밋에게 CEO 역할을 맡기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회사의 직책을 내려놓는 것이다. 창업자이면서 경영권을 굳건히 쥐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여타 실리콘밸리 인터넷 기업과는 다른 행보다.
페이지와 브린은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시절, 캘리포니아 먼로파크에 있는 수전 워치츠키 현 유튜브 CEO의 차고에서 검색엔진 업체 구글을 창업했다. 당시 인터넷 검색 시장의 최강자였던 야후와 알타비스타가 자신들이 만든 검색 엔진을 사주지 않자 직접 회사를 차렸다. 야후와 알타비스타는 이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존재감을 잃었지만 구글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글로벌 IT 기업으로 거듭났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200억 달러에 불과하던 구글의 시가총액은 현재 9000억 달러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은 이날 구글의 깜짝 인사 발표에 대해 “예상치 못한 CEO 교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퇴진 후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 봤다. 페이지는 5.8%, 브린은 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차등의결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로 절반이 넘는 의결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피차이 CEO는 구글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 등 다른 알파벳의 투자사까지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피차이 CEO는 인도 첸나이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현지(인도공대)에서 나왔다. 미국으로 건너와 와튼스쿨과 맥킨지를 거쳐 2004년 구글에 합류했다. 웹 브라우저 ‘크롬’을 세계 1위 제품으로 성장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2015년 구글이 지주사(알파벳) 체제로 전환되면서부터 자회사가 된 구글의 CEO를 맡았다. IT 업계에서는 인도 출신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등과 함께 피차이 CEO가 ‘실리콘밸리 인디언 드림’의 표상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피차이 CEO가 맞게 될 경영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선하고 공정한 비즈니스’를 표방하며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의 상징이 됐지만 최근 들어 인터넷 산업은 독점과 정보 왜곡, 개인정보 침해 등의 이슈가 덧씌워졌고 구글은 그 한복판에 서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피차이 CEO가 수익이 되는 핵심 사업을 제외한 실험적 사업을 과감히 정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지주사 알파벳 이사로만 남기로
새 CEO엔 인도 출신 40대 피차이… 웹브라우저 ‘크롬’ 1위 이끈 주역
“1998년 설립된 구글은 사람으로 치면 안식처를 떠날 때가 된 21세 청년이 됐다. 매일 성가신 잔소리나 하는 부모가 아니라 조용히 조언과 사랑을 주는 부모가 되겠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46)와 세르게이 브린(46)이 창업 21년 만에 이 같은 편지를 남기고 4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순다르 피차이 현 구글 최고경영자(CEO·47)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CEO를 겸임하고, 각각 알파벳 CEO와 구글 사장을 맡고 있던 페이지와 브린은 경영권을 내려놓고 대주주이자 이사회 멤버로만 남기로 했다.
두 창업자는 이날 구글 직원들에게 남긴 공개편지에서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구글과 알파벳에 깊이 관여해왔다”며 “앞으로는 우리가 열정을 가진 사업 주제에 대해서만 피차이 CEO와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제한적인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2001년부터 약 10년간 전문경영인 에릭 슈밋에게 CEO 역할을 맡기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회사의 직책을 내려놓는 것이다. 창업자이면서 경영권을 굳건히 쥐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여타 실리콘밸리 인터넷 기업과는 다른 행보다.
페이지와 브린은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시절, 캘리포니아 먼로파크에 있는 수전 워치츠키 현 유튜브 CEO의 차고에서 검색엔진 업체 구글을 창업했다. 당시 인터넷 검색 시장의 최강자였던 야후와 알타비스타가 자신들이 만든 검색 엔진을 사주지 않자 직접 회사를 차렸다. 야후와 알타비스타는 이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존재감을 잃었지만 구글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글로벌 IT 기업으로 거듭났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200억 달러에 불과하던 구글의 시가총액은 현재 9000억 달러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은 이날 구글의 깜짝 인사 발표에 대해 “예상치 못한 CEO 교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퇴진 후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 봤다. 페이지는 5.8%, 브린은 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차등의결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로 절반이 넘는 의결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피차이 CEO는 구글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 등 다른 알파벳의 투자사까지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피차이 CEO는 인도 첸나이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현지(인도공대)에서 나왔다. 미국으로 건너와 와튼스쿨과 맥킨지를 거쳐 2004년 구글에 합류했다. 웹 브라우저 ‘크롬’을 세계 1위 제품으로 성장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2015년 구글이 지주사(알파벳) 체제로 전환되면서부터 자회사가 된 구글의 CEO를 맡았다. IT 업계에서는 인도 출신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등과 함께 피차이 CEO가 ‘실리콘밸리 인디언 드림’의 표상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피차이 CEO가 맞게 될 경영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선하고 공정한 비즈니스’를 표방하며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의 상징이 됐지만 최근 들어 인터넷 산업은 독점과 정보 왜곡, 개인정보 침해 등의 이슈가 덧씌워졌고 구글은 그 한복판에 서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피차이 CEO가 수익이 되는 핵심 사업을 제외한 실험적 사업을 과감히 정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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