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설계사 2곳 합병, 몸집 키워 생존 모색

전남혁 기자

입력 2024-06-13 03:00 수정 2024-06-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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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서 600억 투자받은 리벨리온
SKT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합쳐
AI에 특화 ‘저전력’ NPU로 승부수
시장 97% 점유 엔비디아에 도전




통신 라이벌인 SK텔레콤과 KT가 각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이 합병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맞서 규모를 키워 생존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12일 SK텔레콤은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이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실사와 주주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3분기(7∼9월) 중으로 합병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 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가운데 리벨리온, 사피온코리아, 퓨리오사AI 등이 3대 기업으로 꼽힌다. 리벨리온은 2020년 창업된 스타트업이다. KT로부터 600억 원 이상을 투자받아 전략적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리벨리온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사피온코리아는 2016년 SK텔레콤 연구개발 조직에서 출발해 분사한 AI 반도체 전문기업이다.

라이벌 통신사와 관계된 두 기업이 합병에 나선 건 데이터센터용 AI 인프라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맞서기 위한 ‘몸집 불리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회사는 향후 2∼3년이 한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승적 통합이 필요했다고 합병 이유를 설명했다.

합병 이후 SK텔레콤은 전략적 투자자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피온코리아의 주주사인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도 지원에 나선다. 합병 법인의 경영은 리벨리온이 맡는다.

현재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97%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맞선 국내 기업들의 강점은 전력 소모가 작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AI 연산 등을 진행한다. GPU는 AI 연산이 아닌 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된 장치로, 범용성은 높지만 전력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고 있다. NPU는 AI 연산에 특화됐다. 대량의 데이터와 전력을 끌어와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학습’ 분야가 아닌 실제 결과를 도출하는 ‘추론’에 강하다. 다재다능함은 떨어지지만 저전력이 장점이다.

특히 최근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전력난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 대비 성능’이 뛰어난 NPU가 추론 등 영역에서 GPU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AI 추론 시장은 초고성능보다 ‘전성비(성능 대비 소비전력비)’가 더욱 중요하다”며 “국내 팹리스들이 개발하는 NPU가 이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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