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빛 공해’, 치매에 큰 영향…65세 미만 더 위험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09-09 10:48 수정 2024-09-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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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로등, 자동차 전조등, 건물 외벽 조명, 간판 조명 같은 야간 야외 빛 공해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65세 미만이 사람들에게 더욱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 유병률과 야간 조명 노출 사이에 ‘양의 연관성’(positive association)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65세 미만의 사람들에게 그렇다”라고 시카고에 있는 러시대학교 의대 로빈 보이트 주왈라(Robin Voigt-Zuwala)교수가 연구 보도 자료에서 말했다.

‘프론티어스 인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Neuroscience)에 게재한 논문의 주 저자인 보이트 주왈라 교수는 “수정 가능한 환경 요인인 밤 빛 공해는 알츠하이머병의 중요한 위험 요인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미국 전역(알래스카와 하와이 주를 제외한 미국 본토 48개 주)의 빛 공해 지도를 분석해 순위를 매기고, 알츠하이머병 유병률과 비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야간 빛 공해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알츠하이머병 유병률이 높았다.

65세 이상의 경우 빛 공해가 비만, 우울증, 알코올 남용, 만성 신장 질환보다 더 큰 위험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과 같은 다른 위험 요소의 영향에는 못 미쳤다.

그러나 65세 미만인 사람들은 야간 조명 노출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빛 공해가 앞서 언급한 다른 모든 위험 요소들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 됐다.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유전자형은 생물학적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야간 조명 노출 효과에 대한 취약성 증가를 설명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은 도시 지역에 거주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밤에 빛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는 생활 방식을 갖고 있다”라고 보이트 주왈라 교수가 연구 발표문에서 말했다.

신경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이며 생각, 기억, 언어와 관련된 뇌 영역에서 기억 상실과 인지 저하를 동반한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빛 공해는 매년 약 10%씩 증가하고 있으며, 밤하늘이 점점 더 밝아져 전 세계 인구의 약 80%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폭스 뉴스가 전했다.

빛 공해는 생체 리듬을 방해하고 수면에 중요한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성을 줄여 수면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불충분한 수면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의 위험 요인이라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미국 ‘예방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에 실린 최근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인 사람이 하루 5시간 밖에 잠을 못 자면 치매 발병 위험이 30% 증가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보이트 주왈라 교수는 “저는 빛 공해가 생체 리듬을 방해함으로써 전반적인 건강, 특히 인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라며 “우리 연구진은 생체 리듬의 방해가 장내 미생물 군을 교란하고 염증을 유발해 신경퇴행을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테네시 주 잭슨-메디슨 카운티 종합병원의 신경과 전문의 어니스트 리 머리(Earnest Lee Murray)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에 관해 “지속적인 빛 노출은 생체 리듬을 방해하고 뇌가 깊고 회복적인 수면 단계에 머무는 시간을 제한 한다”라고 설명했다.

연관성에 기반을 둔 이번 연구는 빛 공해가 신경퇴행을 유발한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밤에 외부의 빛을 차단하기 위해 암막커튼을 설치하거나 잘 때 안대를 착용할 것 등을 권장했다.

이번 연구는 실내조명에 관해서는 살펴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구원들은 조광기(빛의 강도를 조절하는 장치) 설치, 청색광(블루라이트) 필터 사용, 차가운 느낌의 전구(예를 들면 강한 블루라이트를 방출하는 LED 전구) 대신 따뜻한 느낌의 전구로 교체 등 실내에 변화를 줄 것을 제안했다.

보이트 주왈라 교수는 자신도 이러한 조언을 따르고 있다면서 “야간 빛 노출을 줄이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실천해야 한다. 미래의 건강을 보호하고 있다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빛 공해는 알츠하이머병 외에 알코올 중독, 신부전, 우울증, 심부전, 비만 등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동맥경화, 당뇨병, 뇌졸중 등과의 연관성은 크지 않았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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