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車 70% 전손 부활 등 외부 요인… 불법 튜닝도 영향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9-07-10 15:47 수정 2019-07-11 08:12
지난해 8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BMW 디젤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브리핑 하는 모습. 국토부 제공
지난해 BMW 차량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토교통부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주도로 자동차 ·법률·소방·환경 전문가·국회·소비자단체·자동차안전연구원 등 32명이 참가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렸다. 이들은 다양한 실험을 거쳐 ‘EGR 설계결함’을 화재 원인으로 결론 내렸다.
이처럼 시정 조치가 100%를 향해 가고, 리콜 이후 EGR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자동차 화재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자동차의 연간 화재 건수는 5000여건에 이른다. 제조 당시 부품 문제로 인한 화재도 있지만 차량 관리 부족, 차량의 노후화, 불법 튜닝과 같은 과도한 외부 수리 작업 등 다양한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판교 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7시리즈 차량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플래그십 모델인 7시리즈 롱휠베이스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만으로도 다시금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화재 원인 조사과정에서 이 차량은 2012년식 가솔린 모델로 전손 부활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손 부활 차량 화재는 빈번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순 전북 임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BMW X1 차량 역시 2012년 전손 처리된 후 부활한 차량이었다. 외부 공업사의 수리 흔적이 발견되면서 화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발생한 BMW 화재 중 전손부활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7월 19일 520d와 8월 24일 220d 등 한달 새 이미 3건이나 보고됐었다.
전손부활 차량이란 심각한 사고로 차량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폐차해야 하는 차량을 뜻한다. 보험회사는 사고로 손상된 차량의 수리비용이 회사에서 적정하다고 인정한 가치를 초과할 경우, 또는 손상된 차량의 수리가 불가능하거나 수리를 해도 정상적인 기능을 다할 수 없는 경우에 전손보험 처리를 한다. 이후 보험가입자에게 차량 가액을 지급한 후 차량을 폐차장에 등에 처분해 손실을 보전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폐차업자들이 차량을 폐차하지 않고 수리해 외관상 하자가 없어 보이게끔 만든 후 중고차 시장에 불법 유통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온라인 차량 커뮤니티 등에는 전손부활 차량이 무사고차량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사례나, 전손부활 차량으로 인한 사고 사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곤 한다. 보험개발원은 2018년 4월부터 7월말까지 국내 보험사가 전손처리해 폐차되어야 할 차량은 1만7000건으로 연간 5만 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된 화재원인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원인 미상을 제외한 화재의 약 70%가 전손 부활, 외부 수리, 엔진 튜닝, 외부 장착물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화재였다. 해당 사례들은 제품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아니라 무분별한 튜닝, 정품이 아닌 저가형 부품을 사용하거나, 공식 서비스센터가 아닌 검증되지 않은 수리 업체에서의 잘못된 수리로 발생했다.
총 71건의 외부 수리 및 외부 장착물로 인한 화재를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블랙박스와 보조배터리 등 외부 기기의 잘못된 설치로 인한 화재가 36건 △수리를 통보했으나 수리를 하지 않은 채 운행 중 화재가 발생한 경우 및 고객 부주의가 16건 △전손 부활, 잘못된 외부 수리 및 비인가 부품 사용으로 인한 화재가 19건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외부 기기 설치의 경우 연료 저감 튜닝 키트 설치 등 무분별한 엔진 튜닝 및 블랙박스, 보조배터리, 스피커, 네비게이션 매립과 오디오 장치 등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잘못된 배선 작업으로 인한 화재가 있었다.
수리를 통보받았으나 수리를 하지 않은 채 운행 중 화재가 난 경우 및 고객 부주의의 경우 사용 연한이 지난 디젤 미립자필터(DPF)의 미교체, 오일 및 연료 계통 등의 관리 부족으로 인한 화재, 실내에 보관된 라이터에 의한 화재 등이다.
잘못된 외부 수리로 인한 화재는 △전손부활 차량 화재 △부업체를 통해 발전기 수리를 받은 후 발전기 대 전류 케이블의 설치불량으로 화재 △외부업체를 통해 연료 고압펌프를 교환한 이후 연료 누설로 인한 화재 △외부 업체를 통한 엔진 분해 수리로 인한 화재 △외부업체를 통한 차량 수리 후 비정상적으로 설치된 배기시스템에 의한 화재 △600도 이상의 고온을 처리하는 부품인 디젤미립자필터(DPF)의 잘못된 수리 및 비정품 DPF 사용으로 인한 화재 등이 있다.
전손부활·외부 임의수리 문제
강력한 규제 대책 마련 시급
국토교통부는 이처럼 폐차될 차량이 폐차되지 않고, 정상차로 불법 유통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국민 안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4월 1일부터 폐차이행 확인제를 시행했다. 폐차이행 확인제는 보험사가 전손처리한 차량을 폐차장에 넘기면 정부가 해당차량을 직접 관리하여 폐차장이 실제로 폐차처리했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보험개발원 또한 이러한 제도 시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카히스토리 사이트를 통해 침수전손이나 심각한 사고로 인해 전손처리돼 폐차될 차량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폐차사고 조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카히스토리는 자동차보험 사고자료를 토대로 자동차사고 이력정보를 공개하는데, 이 시스템을 통해 구입을 원하는 차량이 전손차량인지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전에 이미 시장에서 유통돼 운행중인 전손차량에 대한 대책이 없어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또한 ‘자차보험’ 처리를 하지 않고, 자체 비용으로 수리한 침수차나 사고차량의 경우 카히스토리 사이트를 통해서도 사고 유무를 확인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힌다.
현재로서는 중고차 구매 전 차량의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는 물론, 육안으로 꼼곰히 살펴보는게 최선의 방책이다.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하거나, 소유자 변경이 잦은 차량은 한번 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심각한 차체 손상을 겪은 전손처리 부활 차량은 언제 다시 사고나 나도 이상할 게 없는 도로 위 시한폭탄과도 같다”며 “중고차 거래 활성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미 도로를 주행중인 전손부활 차를 포함하는 보다 강력한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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