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로봇, AI 냉장고… 주방 곳곳에 스며든 AI

김유경 푸드디렉터

입력 2024-01-17 03:00 수정 2024-0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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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NOW]
생고기 넣으면 3분 내 스테이크 완성… 조리, 설거지까지 하는 ‘아이로보’
식재료 넣으면 레시피까지 제안
CES2024에서 선보인 AI 주방 제품
AI에 기반한 신제품 개발 플랫폼… 일상 분석해 촘촘한 서비스 제공


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을 활용해서 만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크루아상’ 이미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크루아상 만들어줘.’

질문한 지 5초 만에 제법 훌륭한 비주얼의 네 가지 크루아상 사진이 그려졌다. 크루아상의 핵심인 반죽의 결이 하나하나 잘 살아 있고,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황금빛 외관에 갓 오븐에서 나온 듯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버터의 디테일까지 완벽했다. 맛을 볼 수는 없지만 꽤나 수준 높은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손길이 닿은 듯한 느낌이었다.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에게 물어본 결과다.

최근 AI 기술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고 일반인들도 쉽게 접하기 시작했다. 방금 만들어본 크루아상 이미지만 해도 카페를 창업하려는 이들에게는 큰 임팩트를 줄 만하다. 이처럼 AI의 결과물은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를 넘어서고 있다.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후 개최된 행사인 만큼 13만 명이 넘는 참관객이 방문했고 한국은 미국, 중국 다음으로 많은 기업이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CES는 AI로 시작해 AI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AI 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독보적이었다. 지난해 챗GPT의 부상으로 생성형 AI의 가능성이 제시됐다면, 올해는 AI 기술을 실제로 적용한 제품을 통한 일상 생활의 편의성 증대가 주요 포인트였다.

생고기를 넣고 부위와 원하는 굽기 정도를 선택하면 3분 안에 스테이크 요리가 완성되는 영국의 ‘AI 그릴 퍼펙타’, 웍에 기름을 채우는 것부터 조리, 설거지까지 스스로 하는 일본의 요리 로봇인 ‘아이로보’, 냉장고에 식재료를 넣고 뺄 때마다 AI가 알아서 식재료 목록을 만들어 유통기한을 관리하고 레시피까지 제안하는 삼성전자의 AI 냉장고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잠잘 때도, 먹을 때도, 일할 때도 우리의 모든 일상에 AI가 스며드는 모습이었다.

라이프 스타일 분야 중에서 AI 주방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가장 광범위한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부분이 요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우리가 집안일을 할 때 장을 보고, 식재료를 손질하고, 매번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을지 고민하고, 설거지와 음식물 쓰레기 정리까지 손이 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특히 요리는 칼질이나 화력을 조절하는 등의 스킬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개인 편차가 큰 분야인 만큼 AI 주방 관련 상품이 더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은 주방뿐만 아니라 식품, 외식 기업에서도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SPC삼립은 생성형 AI에 기반한 신제품 개발 플랫폼인 SGPD(Samlip Generative Product Development)를 업무에 도입했다. 이를 통해 트렌드 분석, 신규 아이템 발굴, 콘셉트 설정 등 신제품 개발 초기 프로세스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했다. 원료, 트렌드, 맛 등을 표현하는 키워드만 입력하면 최대 5분 안에 빅데이터 조사 분석을 통해 제품 아이디어와 설명, 샘플 이미지까지 생성된다. 직원들은 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신제품 출시 검토부터 품질 제고,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활동 등의 전략을 짤 수 있다. 창의적 활동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AI가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AI 기술은 이제 더는 신기하고, 놀랍기만 한 기술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는 비효율성을 효율적으로 바꿔주고, 시간과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아껴 원가 절감을 도와주는 하나의 솔루션으로 활용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일상에서 AI 기술이 반영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여전히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2∼3년 전의 가격과 비교하면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을 만드는 제조사들은 우리 일상을 나노 단위로 분석해 더 촘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를 활용하는 소비자나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갖고 기술을 적절하게 이용할 때 우리의 일상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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