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화산 속의 화산… ‘불의 나라’에서 맛보는 여유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입력 2018-04-28 03:00 수정 2018-04-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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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마모토현

‘불의 나라’ 구마모토현의 상징이 된 아소산 정상부는 바로 이런 모습이다. 한가운데 산중턱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데 거기가 분화 중인 나카다케(中岳)이다. 오른편의 건물(위와 아래)은 분화구 관광용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역. 아소(구마모토현)에서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summer@donga.com
‘드루킹 사건’으로 영화 ‘일본침몰’(2006년·히구치 신지 감독)이 다시 회자됐다. 지각변동에 따른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338.54일 후 수장될 일본이 한 영웅의 희생으로 파국을 피하게 된다는 스토리다. 만약 이게 현실이라면 유력한 기폭 지점 중 하나가 아소산이다. 그렇지만 실제 가보면 그런 위험은 잊게 된다. 너무도 아름답고 우아해서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나카다케(中岳)는 지상 유일의 관람 가능한 분화 중 화구호. 하지만 보기는 쉽지 않다. 지난 23년간 다섯 차례나 아소산을 찾았어도 이걸 본 건 딱 한 번뿐. 폭발과 화산가스, 강풍으로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돼서다.

그렇다고 실망은 말자. 화구호는 아소산의 허다한 매력 중 하나에 불과하니까. 구사센리(草千里)에서 바라보는 아소5악 산경, 느릿한 능선의 구릉산지를 덮은 거대한 초원 걷기, 말 잔등에 올라 한적한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는 초원 승마…. 이렇듯 싱그러운 바람을 들이켜며 즐길거리, 의외로 많다. 단, 이걸 잊지 않는 게 요령이다. 아소산이 화구호 안에서 폭발로 생성된 복식화산이란 사실이다. 아소산을 가려면 가파른 고개를 넘는데 그게 실은 산이 아니라 화구호 벽체(외륜봉)다. 그리고 그건 아소산 주변의 광활한 평지(아소시)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다. 동서 16km, 남북 27km의 타원으로.

긴파로 온천탕에 띄워진 초대형 감귤 ‘반페이유(晩白柚)’.
그 안은 백두산 천지처럼 호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평지. 그 물은 자리만 바꿨다. 지상에서 지하로. 외륜봉 마을 미나미아소에서 그 물을 본다. 1분에 60t씩 샘솟는 연못 ‘시라카와 수이젠’인데 그 물 용출 현장이다. 구마모토 시민은 이 물로 산다. 수돗물, 페트병 생수 모두 지하수다. 이렇듯 구마모토(熊本)에선 자연과 삶이 모두 화산과 엮여 있다. ‘불의 나라’라 불리는 건 그 덕분. 온천은 그 총아다. 지하수를 용암이 데웠으므로. 그러니 ‘온천 나라’라 부를 만하다.

한 달 전 취재길에 야쓰시로(八代)시 외곽의 히나구(日奈久)온천을 찾았다. 일본 3대 급류 중 하나인 구마(救磨)강 하구의 삼각주 도시. 구마강 중류엔 ‘일본서 가장 풍요로운 외딴 마을’ 히토요시(人吉)가 있다. 여긴 일본문화청 인증 ‘일본유산’에 등재된 전통문화유산의 보고다. 주민의 존경 속에 700년을 다스린 사가라 가문의 유산이다. 이곳은 분지에 강가라 일찍부터 목재를 급류에 실어 내려보내는 목재업이 발달했고 덕분에 부가 축적됐다. 그 목재 반출항 야쓰시로도 다르지 않다. 덕분에 산업이 발달했고 돈이 몰리다 보니 히나구온천의 명성 역시 600년간 오래도록 구가됐다.

히나구 온천마을을 대표하는 전통 료칸 긴파로. 1909년 지어질 당시 모습 그대로다.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
묵은 곳은 전통 료칸 긴파로(金波樓). 고색창연한 109년 역사의 3층 목조건물은 아주 인상 깊었다. 개관 당시 조성된 전통 정원도 훌륭하다. 실내 칠(漆·옻나무수액을 수십 수백 겹으로 바르는 것)마루는 은근히 닳아 고풍을 더했고 객실도 예스러웠다. 유카타(욕의) 차림으로 지내는 내내 한 세기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 온천수는 류머티즘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는 약알칼리성 단순천. 마을 뒤편 야트막한 동산엔 온천신사도 있다. 거기선 야쓰시로해가 조망된다. 그 풍경에 긴파로란 작명 의도가 간파됐다. ‘해질녘 금빛으로 물든 파도가 밀려오는 광경의 누대’라는 뜻이다.
 
구마모토현(일본)에서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찾아가기 ◇구마모토: 후쿠오카(국제선터미널 승차장 4번)↔구마모토는 버스가 하루 100회 왕복(예약 불필요) ◇아소산: 구마모토교통센터(승차장 26번)에서 오이타행 ‘특급 야마비코호’를 타고 아소역 하차, 거기서 노선버스로 이동. 북·남부·전규슈 패스 허용 ◇구사센리·아소산케이블카(니시구치역): 아소역에서 아소화구선(버스) 탑승(예약 불필요) ◇히나구온천: 구마모토교통센터(승차장 1번)에서 川11·川8번 노선버스 탑승, 마쓰바세 산코영업소에서 하차, 다시 노선버스(4, 5번)로 야쓰시로 시청까지 간 뒤 11∼14번 버스로 갈아타고 히나구온천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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