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사먹기도 힘드네”… 이달에도 배추-무 가격 고공행진

이민아 기자 , 정서영 기자

입력 2024-10-04 03:00 수정 2024-10-0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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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황부진 배추-무 등 가격 급등에
배추-파-열무 포장김치 ‘일시 품절’
10월 배추값, 전년比 38% 상승 전망
품귀현상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추김치 ‘실종’… 텅 빈 마트 매대 3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의 종가집 포기김치 매대가 텅 비어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된 무더위로 배추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대상, CJ제일제당 등 주요사 김치 제품들이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서경 씨(68)는 지난달 동네 마트에 갔다가 배추 가격이 너무 오른 것을 보고 김치 담그는 걸 미뤘다. 시간이 갈수록 배추값은 오히려 올랐다. 결국 김치 담그기를 포기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포장김치를 주문하려 했지만 대부분 품절이었다. 김 씨는 동네 마트에서 겨우 김치 몇 봉지를 챙길 수 있었다. 그는 “매년 아들네에 김치를 보내줬는데 올해는 건너뛰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름철 작황 부진으로 배추, 무, 파 등 김치 재료들의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식품 기업들의 포장 김치 제품들이 줄줄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배추김치는 물론이고 파와 열무를 원재료로 한 김치도 ‘일시 품절’로 구매가 막혔다. 10월까지는 배추와 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 김치 제품들 줄줄이 품절

3일 대상 ‘종가’와 CJ제일제당 ‘비비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김치 제품 절반 이상이 일시 품절 상태였다. 배추김치는 일찌감치 자취를 감췄고 대상은 파김치에, CJ제일제당은 열무김치에 ‘품절’ 딱지가 붙었다. 대상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수급의 어려움으로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달 19일부터 일부 제품의 구매를 막았다”며 “10월 중순 정도면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조사들이 공급을 줄이면서 일부 대형마트에서도 김치가 품절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일 제품이 입고되자마자 바로 품절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장 시즌을 코앞에 뒀는데 김치 원재료 가격은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배추는 2일 기준 1포기 9202원으로 1년 전 대비 32.7% 올랐다. 열무 가격은 1kg 기준 4987원으로 같은 기간 37.4% 올랐다. 파김치 원료인 쪽파(1kg)는 1만1658원으로 전년 대비 14.9%, 무(1개)는 3859원으로 50.3% 상승했다.

채소 가격은 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14.65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 상승한 가운데 농산물 물가는 3.3% 올라 전체 물가를 0.14%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산물 가운데 전체 채소류 물가는 11.5% 올랐다.


● 10월까지는 채소값 상승세 지속

무 가격, 1년새 50% 올라 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무를 고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무 한 개 가격은 3859원으로 1년 전보다 50.3% 올랐다. 뉴시스
가격 상승세는 이달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10월호’ 보고서에서 10월 배추(상품) 도매가격이 10kg에 1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38.4%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42.9% 비싸다. 10월 중순 이후 ‘가을 배추’가 본격 출하되기 시작하면 가격 상승세가 다소 꺾일 수는 있다. 다만 가을 배추가 예년 작황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농경연은 무도 10월 도매가격이 20kg에 1만8000원으로 작년보다 55.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10월 출하분이 고온으로 인해 ‘무름병’이 발생했고, 9월 중순 쏟아진 비로 인해 기형이 많이 나와 상(上)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김장 시즌과 맞물려 재료 품귀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올겨울 배추와 무 재배 면적이 1년 전보다 각각 2.7%, 5.7%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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