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꽂히는 심정” 비강남권 재건축 단지 패닉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입력 2018-02-24 03:00 수정 2018-02-24 03:00
- 목동, 상계동, 성산동 ‘30년’ 넘은 아파트 사실상 재건축 연한 40년으로 늘어나 울상
- 희비 엇갈리는 강남… 안전진단 통과한 단지는 반사이익 기대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참여정부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일부 노후단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압구정·대치 등 상징적인 단지들은 반사이익을 누리는 반면 안전진단 이전 재건축 아파트가 대다수인 양천, 노원, 송파구는 재건축이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집값이 급등하던 2006년 3월 ‘재건축제도 합리화’를 내세워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평가(현 현지조사)를 시설안전기술공단·건설기술연구원 등에 맡겼고, 안전진단 결과에 대해 정부가 재검토 요청을 할 수 있게 했다. 또 안전진단 판정에서 구조 안전성의 비중을 45%에서 50%로 올리고 비용 편익을 15%에서 10%로 낮췄다.
지난 20일 발표된 안전진단 기준은 참여정부때와 비슷하거나 더 강화됐다. 현지조사에 전문성 있는 공공기관을 참여시키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20%까지 떨어진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50%로 높이고 주거환경 가중치(40%)는 15%로 낮춘다. 이전에는 주차난, 층간 소음 등 주거 환경만으로도 재건축이 결정될 수 있었으나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50%로 높이면서 사실상 붕괴 위험 수준이어야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강남 재건축 잡겠다더니 강북 죽인다" 불만 나와
안전진단 이전 재건축 아파트 상당수가 목동, 상계동 등 비강남권에 몰려 있어 강남·강북 집값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발표가 있었던 지난 20일 목동 일부 주민들은 긴급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아파트 3만4275가구 주민들은 안전진단 강화에 반발하는 공동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양천발전시민연대(양발연) 관계자는 “강남은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목동이나 노원구 상계동,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구로구 주공아파트 등 비강남권에만 기습적으로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면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전부 재건축 연한 30년이 지났거나 올해 맞이한 경우가 많아 차근차근 안전진단 준비를 해왔는데, 주민들은 현재 칼에 꽂히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방안 시행일을 앞두고 안전진단 용역업체와의 계약 체결을 서두르는 재건축 단지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 안전진단 개정안 시행일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서두르면 강화 기준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영등포구청은 여의도동 광장아파트 3~11동, 신길동 우창아파트와 우성2차아파트의 안전진단 용역업체 선정을 위해 지난 22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긴급 입찰 공고’를 냈다. 긴급 공고는 일반적인 입찰공고보다 기간을 최대 7일 단축할 수 있다.
○안전진단 통과한 강남·서초 방긋… 송파구 허탈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수는 강남(1만7375가구)·송파(1만7001가구)·서초(1만511가구) 순이다. 서울 목동, 상계동 등 강북지역 아파트의 재건축이 늦춰질수록 재건축이 가능한 강남 아파트에 수요가 더 몰릴 것이라는 분위기이다. 압구정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가 줄어들면 재건축이 가능한 쪽으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민들도 내심 기대가 큰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강남 내에서도 일부 단지들은 안전진단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재건축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준공 30년을 수개월 앞둔 송파구 올림픽훼미리아파트,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입주자들은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송파구 D공인중개사무소는 “재건축을 노리고 웃돈을 주고서라도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면서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전체적인 재건축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지위양도금지 등 여러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얻는 반사이익이 아주 크다고는 볼 수 없다”며 “정부가 재건축 관문부터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라서 재건축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
- 희비 엇갈리는 강남… 안전진단 통과한 단지는 반사이익 기대
준공 33년차 성산 시영아파트 전경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참여정부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일부 노후단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압구정·대치 등 상징적인 단지들은 반사이익을 누리는 반면 안전진단 이전 재건축 아파트가 대다수인 양천, 노원, 송파구는 재건축이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집값이 급등하던 2006년 3월 ‘재건축제도 합리화’를 내세워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평가(현 현지조사)를 시설안전기술공단·건설기술연구원 등에 맡겼고, 안전진단 결과에 대해 정부가 재검토 요청을 할 수 있게 했다. 또 안전진단 판정에서 구조 안전성의 비중을 45%에서 50%로 올리고 비용 편익을 15%에서 10%로 낮췄다.
지난 20일 발표된 안전진단 기준은 참여정부때와 비슷하거나 더 강화됐다. 현지조사에 전문성 있는 공공기관을 참여시키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20%까지 떨어진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50%로 높이고 주거환경 가중치(40%)는 15%로 낮춘다. 이전에는 주차난, 층간 소음 등 주거 환경만으로도 재건축이 결정될 수 있었으나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50%로 높이면서 사실상 붕괴 위험 수준이어야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강남 재건축 잡겠다더니 강북 죽인다" 불만 나와
안전진단 이전 재건축 아파트 상당수가 목동, 상계동 등 비강남권에 몰려 있어 강남·강북 집값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발표가 있었던 지난 20일 목동 일부 주민들은 긴급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아파트 3만4275가구 주민들은 안전진단 강화에 반발하는 공동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양천발전시민연대(양발연) 관계자는 “강남은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목동이나 노원구 상계동,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구로구 주공아파트 등 비강남권에만 기습적으로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면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전부 재건축 연한 30년이 지났거나 올해 맞이한 경우가 많아 차근차근 안전진단 준비를 해왔는데, 주민들은 현재 칼에 꽂히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방안 시행일을 앞두고 안전진단 용역업체와의 계약 체결을 서두르는 재건축 단지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 안전진단 개정안 시행일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서두르면 강화 기준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영등포구청은 여의도동 광장아파트 3~11동, 신길동 우창아파트와 우성2차아파트의 안전진단 용역업체 선정을 위해 지난 22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긴급 입찰 공고’를 냈다. 긴급 공고는 일반적인 입찰공고보다 기간을 최대 7일 단축할 수 있다.
안전진단 통과한 한신4지구 아파트 전경
○안전진단 통과한 강남·서초 방긋… 송파구 허탈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수는 강남(1만7375가구)·송파(1만7001가구)·서초(1만511가구) 순이다. 서울 목동, 상계동 등 강북지역 아파트의 재건축이 늦춰질수록 재건축이 가능한 강남 아파트에 수요가 더 몰릴 것이라는 분위기이다. 압구정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가 줄어들면 재건축이 가능한 쪽으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민들도 내심 기대가 큰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강남 내에서도 일부 단지들은 안전진단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재건축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준공 30년을 수개월 앞둔 송파구 올림픽훼미리아파트,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입주자들은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송파구 D공인중개사무소는 “재건축을 노리고 웃돈을 주고서라도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면서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전체적인 재건축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지위양도금지 등 여러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얻는 반사이익이 아주 크다고는 볼 수 없다”며 “정부가 재건축 관문부터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라서 재건축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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