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窓]어느 피자가게 주인의 죽음
김동혁기자 , 성혜란기자
입력 2017-03-22 03:00 수정 2020-12-03 14:36
경기 불황에 본사와 갈등 자영업 8년에 빚만 남아
“광고비 줄여 토핑하나 더 얹자”… 점주들과 협동조합 세워 새출발
쌓인 빚 감당못해 끝내 극단선택… 가게엔 ‘정기휴무입니다’ 안내문만
14일 인천 중구의 한 피자가게 주인 이모 씨(41)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자신의 집 안방 옷장 안에서 발견된 그는 넥타이로 목을 맸다. 하루가 지나 연락이 닿지 않는 사장을 찾으러 온 아르바이트생에게 발견될 때까지 그의 죽음은 알려지지 않았다. 유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남긴 짧은 메시지도 없었다. ‘타살 흔적 없음.’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씨는 국내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협의회장이었다. 그는 2007년 프랜차이즈 본사에 취직해 영업지원 파트에서 일하다 이듬해 손수 맛있는 피자를 만들겠다며 인천에 가맹점을 차렸다. 사장이지만 주방에서 직접 밀가루를 반죽하고 토핑 재료까지 준비했다. 늘 손님에게 웃는 모습으로 서빙해 단골도 많았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8년 뒤 그에게는 빚만 남았다. 저마다 외식비부터 줄였고 가게 매출은 계속 떨어졌다. 가맹비와 광고비, 재료비 등을 제외하면 적자인 때가 많았다. 견디다 못한 이 씨가 본사에 하소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 씨는 다른 가맹점주들과 함께 본사의 무리한 비용 전가 등을 주장했다. 걷어간 광고비를 어디에 썼는지 밝힐 것과 할인행사 진행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하지 말 것도 요구했다. 본사 앞에서 시위를 열고 노숙 농성도 벌였다. 본사는 상생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올 1월 이 씨는 프랜차이즈를 그만둔 가맹점주들과 함께 ‘피자연합’이라는 브랜드를 발족했다. 협동조합 방식의 회사였다. ‘갑-을=우리’를 내세우며 갑과 을의 관계에서 벗어난 수평적인 프랜차이즈 회사를 추구했다. 식재료도 조합원을 통해 구매했고 광고비도 점주들에게 평등하게 걷어 운영했다. 현재까지 7개 업체가 문을 열었고 상반기 내 10개로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광고비를 한 푼이라도 더 아껴서 손님들에게 토핑 하나 더 얹어주고 싶다. 정직한 브랜드를 만들겠다.” 그는 평소 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유명 피자 가맹점을 운영할 때보다 손님은 줄었지만 직접 좋은 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꿈이 곧 실현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가맹점 때부터 쌓인 빚이 발목을 잡았다. 돈을 빌려준 지인들에 대한 미안함이 어깨를 짓눌렀다. 이 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정직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그의 지인은 “이 씨가 최근 들어 자주 ‘죽고 싶다’고 했다. 그때 더 힘을 북돋워주고 도와줬어야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고인이 사망한 건 안타깝지만 가맹점을 그만둔 지도 오래돼 회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원론적인 의견을 밝혔다.
16일 이 씨의 발인은 가족과 지인 몇 명만이 자리한 가운데 이뤄졌다. 인천의 한 화장장을 거쳐 한 줌 가루가 된 채 울산의 납골당에 안치됐다. 그가 떠난 가게 앞에는 ‘월요일 정기휴무’ 안내문만 기약없이 걸려 있었다.
김동혁 hack@donga.com·성혜란 기자
“광고비 줄여 토핑하나 더 얹자”… 점주들과 협동조합 세워 새출발
쌓인 빚 감당못해 끝내 극단선택… 가게엔 ‘정기휴무입니다’ 안내문만
피자연합 대표 이모 씨의 피자가게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철제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다. 이 씨가 남긴 ‘월요일은 정기휴무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마치 유언처럼 느껴진다. 인천=성혜란 기자 saint@donga.com
2층 가게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철제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었다. 복도는 불빛 하나 없이 어두웠다. 셔터에 붙여진 노란 갱지엔 매직으로 ‘월요일은 정기휴무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17일 금요일 오후 6시 반. 어느 식당이든 손님맞이로 가장 바쁠 시간이었다. 14일 인천 중구의 한 피자가게 주인 이모 씨(41)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자신의 집 안방 옷장 안에서 발견된 그는 넥타이로 목을 맸다. 하루가 지나 연락이 닿지 않는 사장을 찾으러 온 아르바이트생에게 발견될 때까지 그의 죽음은 알려지지 않았다. 유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남긴 짧은 메시지도 없었다. ‘타살 흔적 없음.’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씨는 국내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협의회장이었다. 그는 2007년 프랜차이즈 본사에 취직해 영업지원 파트에서 일하다 이듬해 손수 맛있는 피자를 만들겠다며 인천에 가맹점을 차렸다. 사장이지만 주방에서 직접 밀가루를 반죽하고 토핑 재료까지 준비했다. 늘 손님에게 웃는 모습으로 서빙해 단골도 많았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8년 뒤 그에게는 빚만 남았다. 저마다 외식비부터 줄였고 가게 매출은 계속 떨어졌다. 가맹비와 광고비, 재료비 등을 제외하면 적자인 때가 많았다. 견디다 못한 이 씨가 본사에 하소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 씨는 다른 가맹점주들과 함께 본사의 무리한 비용 전가 등을 주장했다. 걷어간 광고비를 어디에 썼는지 밝힐 것과 할인행사 진행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하지 말 것도 요구했다. 본사 앞에서 시위를 열고 노숙 농성도 벌였다. 본사는 상생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올 1월 이 씨는 프랜차이즈를 그만둔 가맹점주들과 함께 ‘피자연합’이라는 브랜드를 발족했다. 협동조합 방식의 회사였다. ‘갑-을=우리’를 내세우며 갑과 을의 관계에서 벗어난 수평적인 프랜차이즈 회사를 추구했다. 식재료도 조합원을 통해 구매했고 광고비도 점주들에게 평등하게 걷어 운영했다. 현재까지 7개 업체가 문을 열었고 상반기 내 10개로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광고비를 한 푼이라도 더 아껴서 손님들에게 토핑 하나 더 얹어주고 싶다. 정직한 브랜드를 만들겠다.” 그는 평소 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유명 피자 가맹점을 운영할 때보다 손님은 줄었지만 직접 좋은 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꿈이 곧 실현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가맹점 때부터 쌓인 빚이 발목을 잡았다. 돈을 빌려준 지인들에 대한 미안함이 어깨를 짓눌렀다. 이 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정직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그의 지인은 “이 씨가 최근 들어 자주 ‘죽고 싶다’고 했다. 그때 더 힘을 북돋워주고 도와줬어야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고인이 사망한 건 안타깝지만 가맹점을 그만둔 지도 오래돼 회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원론적인 의견을 밝혔다.
16일 이 씨의 발인은 가족과 지인 몇 명만이 자리한 가운데 이뤄졌다. 인천의 한 화장장을 거쳐 한 줌 가루가 된 채 울산의 납골당에 안치됐다. 그가 떠난 가게 앞에는 ‘월요일 정기휴무’ 안내문만 기약없이 걸려 있었다.
김동혁 hack@donga.com·성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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