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날아오른 이스타항공… 직원들 “간절했던 비행”

변종국 기자

입력 2023-03-27 03:00 수정 2023-03-27 03:2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재정난에 중단됐던 운항 재개
직원들 “승객들 다시 보니 감격”
김포→제주 첫 비행기 189석 만석
연내 항공기 10대로 늘려 노선 확장


김포발 제주행 ‘ZE205편’에 탑승하는 승무원들이 김포국제공항 이스타항공 사무실에서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항공편은 이날 189석 만석이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건강하게 다시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26일 오전 5시 50분 김포국제공항 이스타항공 사무실. 6시 50분 제주로 떠나는 이스타항공 ZE205편의 조준범 기장은 쇼업(비행 전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재정난으로 2020년 3월 20일부로 운항을 중단했던 이스타항공이 3년 하고도 일주일 만에 재운항하는 날이었다. 조 기장은 “어제 비행을 했던 것처럼, 언제나 그렇듯 안전하게 비행하자”며 “기쁨과 동시에 부담도 있다. 회사 이미지 회복과 더불어 회사를 떠난 동료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자”라고 승무원들을 격려했다. 재정난을 겪는 과정에서 회사를 떠나야 했던 동료들을 언급한 것이다. 한때 1500명이었던 이스타항공 직원 중 아직 복귀를 못 한 직원은 약 600명이다.

첫 비행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표정엔 반가움과 긴장감이 함께 묻어났다. 오랜만에 일터로 돌아온 직원들은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고 주먹 인사를 하며 재회를 기뻐했다. 일부 승무원들은 유니폼을 입고 마주한 서로를 낯설어했다. 부둥켜안고 재운항을 자축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민혁 이스타항공 객실 승무원은 “지인들에게 재운항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다. 가족들이 더 긴장하더라”라며 “오랜만의 비행이라 잠도 못 잤다. 정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주기장에서는 정비사들이 항공기 점검에 한창이었다. 정비본부 직원들이 대거 나와 비행 준비를 했다. 탑승이 시작되고, 승객들이 탑승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정비사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장문기 이스타항공 정비본부 팀장은 “비행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주기적으로 정비를 해왔다”면서 “그때마다 언제 비행기가 다시 뜰까 했는데, 승객들을 다시 보니 너무 감격스러워서 목이 멘다”고 했다.

이날 이스타항공의 첫 비행기는 189석 만석이었다. 첫 비행을 기념해 조중석 이스타항공 대표가 게이트에 직접 나와 탑승객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했다. 기념품 상자엔 ‘여행이 기다려졌던 만큼, 비행이 간절했던 만큼, 최고의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승객들은 첫 비행을 기념해 카메라에 항공기를 담았다. 기내에는 손꼽아 기다리던 재취항을 만끽하려 항공권을 직접 구입해 가족들과 탑승한 직원도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던 직원은 항공기가 이륙하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26일 새벽 김포국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재운항 첫 항공기인 김포발 제주행 ‘ZE205편’.
ZE205편은 오전 8시 10분쯤 제주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이날 이스타항공은 김포∼제주 노선에 총 20편을 투입했다. 모든 비행기는 예매 기준 만석이었다.

이스타항공은 한때 23대의 항공기를 보유했으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반납해 현재는 3대만 운항하고 있다. 연내 항공기를 10대로 늘릴 계획이다. 도입되는 항공기는 보잉사의 차세대 항공기 737-8이다. 이스타항공은 3월 26∼28일 김포와 제주를 하루 10회 왕복 운항하고 29일부터는 하루 12회로 운항편을 늘린다. 하루 12회 왕복 시 주당 168편을 운항하게 되며 주당 총 3만1752석의 좌석이 공급된다. 이어 4호기 도입 후 추가로 김포∼제주 노선을 주당 186편까지 늘려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항공기가 6대로 늘어날 때까지는 김포와 지방발 제주 노선에 집중하고, 7호기 도입이 예상되는 하반기(7∼12월)에는 김포∼대만 쑹산 노선을 시작으로 일본과 동남아 노선 등에도 취항할 계획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