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장기 상승궤도 타기 직전인 2013년과 닮았다

동아일보

입력 2024-02-24 15:49 수정 2024-02-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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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올 초 전세가율 55%… 리딩 단지 실거래가 지난해 고점 대비 95% 수준 회복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마포구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등 서울 도심 대장주 실거래가가 지난해 고점 대비 9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뉴스1]
1월 지난해 동기 대비 가장 큰 변화를 기록한 부동산 통계는 ‘전세 매물량’이다. 지난해 5만 건까지 치솟았던 서울 전세 매물은 1월 3만 건까지 떨어져 올해 서울의 높은 전세가 상승을 예견하게 했다. 올해 수도권 입주대란을 야기한 인천 검단신도시 입주도 마무리되면서 전세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 가격이 턴어라운드하면서 전세가율 역시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전세가율은 지난해 6월 53%를 저점으로 반등해 올해 초 55%까지 상승했다(그래프1 참조). 전세 가격이 매매가를 조용히 타고 올라가면서 올해 전국 전세가율은 50%대를 넘어 60%대에 도달할 전망이다. ‘전세가율 60%’는 부동산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부동산시장이 전세가율 60% 돌파 이후 장기 상승 모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전세가율 60%를 넘겼던 2013년을 보내고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장기 상승궤도에 올라탔다. 신축 공급량 감소, 매매가와 전세가의 엇갈린 사이클을 고려하면 올해가 바로 그런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연말 미분양 7만 채까지 증가할 듯
미래 신축에 대한 선호를 알려주는 미분양 추이를 살펴보자. 지난해 초 미분양 물량은 7만 채까지 급격히 치솟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연초 대비 약 1만 채 감소한 6만2000채로 집계됐다. 2013년 초에도 미분양 물량이 7만5000채였다가 연말 6만1000채까지 감소하며 지난해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그렇다면 올해 미분양은 어떻게 될까. 올해는 건설사들이 시장 침체로 미뤄두었던 분양 물량을 본격적으로 쏟아내 연말 전국 미분양은 7만 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 목을 옥죄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탓에 연기했던 분양 물량이 올해 공급 대부분을 차지할 뿐, 신규 수주는 난망한 상태다. 따라서 일반분양 물량 기준 평년 수준인 20만 채 공급이 이뤄진다고 가정한다면 올해 말에 이르러 전국 분양률은 약 65%가 될 전망이다. 즉 올해 공급량의 절반을 다소 넘기는 수준에서 분양 물량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분양률 역시 68%를 나타낸 이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80%라는 높은 분양률을 기록하며 전국 분양시장이 호황을 맞았다.

건설업 리스크 사이클의 정점이 될 올해는 우량 건설사와 비우량 건설사 간 시장점유율 양극화가 극심해질 전망이다. 10대 건설사의 수도권 물량 점유율은 2022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올해 초 40%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건설업 불황으로 재무체력이 강한 건설사만 살아남았고 10대 건설사의 수도권 점유율이 47%까지 상승했다. PF 리스크가 정점에 달할 올해는 수도권 및 5대 광역시 우량 입지에 메이저 브랜드 깃발이 더욱 많이 꽂히며 1군 건설사의 저변이 확대되는 해가 될 것이다. 전세가율, 평균 분양률, 메이저 건설사 강세 등 2013년과 공통점이 많은 2024년 부동산시장을 전망해보자면 상승 빅사이클을 앞두고 잠룡들이 꿈틀거리는 한 해로 요약할 수 있다.

높아지는 금리인하 기대감
“금리인하는 여전히 먼 이야기일까.” 1년 전 금리 향방에 대한 화두는 “얼마나 더 많이 금리가 인상될까” 혹은 “얼마나 고금리가 지속될까”였다, ‘금리인하’를 논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대중 기대심리를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네이버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금리인하’ 검색량은 지난해 12월 5만2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최고치다. 시장 기대가 금리인하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비중 역시 지난해 8월 23.5%를 저점으로 12월 40%대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해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케 했다(그래프2 참조).

물론 시장 기대감만으로 금리인하 향방을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여전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주요 인사는 “인플레이션에 승리했다는 증거가 더욱 필요하다”며 매파적 발언을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장 기대심리와 연준의 태도를 종합한 합리적인 금리 전망은 현 4% 주담대금리에서 소폭 인하된 ‘3% 후반~4% 초반 중금리 장기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역대급 고점을 기록한 미국 장기국채금리가 안정되면서 국내 변동형 주담대금리 역시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하락해 12월 4.1%까지 내려갔다. 흥미롭게도 2013년 1월 주담대금리 역시 4.1%를 기록한 이후 점차 하락해 변동형 주담대금리의 경우 3.7%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올해 부동산시장은 2013년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대세 상승도 대세 하락도 아닌, 각 지역 시장이 혼조세를 보였던 2013년 상황을 반추해보자면 올해 역시 철저히 각 지역의 수급 여건, 입지, 총선 공약 이행 여부에 따라 각개전투가 펼쳐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지역 시장의 미래는 무엇으로 판단할까. 지역 부동산시장의 최종 성적표는 ‘가격’이다. ‘평판의 심리’가 주도하는 프롭테크(부동산+기술) 시대임을 감안하면 지역을 대표하는 ‘대장 아파트’ 실거래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특히 현재 거래 가뭄 국면에서 1건, 또 1건 발표되는 실거래가는 시장 심리에 강력한 전염을 일으킬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금리 향방의 큰 줄기가 잡힌 현 시점에서 올해 1월 직후 거래된 대장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미래 금리의 무게를 반영한 것이기에 강력한 준거 가격이 될 수 있다.

리딩 단지 실거래가와 비교해야
서울 역시 각개 장세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어떤 단지의 실거래가를 주목해야 할까.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의 폭발적인 청약률이 대변하듯, 강남구와 서초구 실거래가는 미래 사이클을 내다보는 데 큰 의미가 없다. 반면 시장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송파구와 강동구 등 준강남권 리딩 단지의 움직임은 시장 흐름을 나타낸다.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1월 실거래가가 지난해 고점 대비 95%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역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도심 대장주인 ‘마포래미안 푸르지오’도 지난해 고점 대비 95%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서울 주요 지역 대장 단지들은 고금리에도 소폭 조정에 그치며 다음 반등을 기다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도권 대장 단지 흐름도 살펴보자. 대한민국 대표 신도시인 동탄2신도시와 송도신도시의 대장 단지 실거래가는 수도권 신도시 흐름을 대변한다. 동탄 ‘동탄역 롯데캐슬’, 송도 ‘송도더샵파크애비뉴’의 1월 실거래가 역시 지난해 고점 대비 95% 수준으로 소폭 조정에 그쳤다. 따라서 각개 지역의 대장 단지가 지난해 고점 대비 -5% 조정에 그친다면 대한민국 상위 10% 단지의 시세를 추종하며 반등을 기다린다고 할 수 있다. 반면, -10% 이상 낙폭을 기록했다면 개별 장세에 밀려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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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8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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