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작년 영업이익 98% 급감… 공공주택 사업까지 차질 우려

김형민 기자

입력 2024-04-17 03:00 수정 2024-04-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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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로 분양업체 자금 악화
분양대금 연체 1년새 3조원 늘어
영업익 1년새 1조8128억→437억원
LH “정책사업 차질없이 수행할 것”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0년 12월에 분양한 경기 파주시 동패동의 파주운정3 공공주택 용지 분양대금을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다.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연체이자를 포함해 올해 1월 말 기준 5439억4000만 원에 이른다. 이 밖에도 성남복정1지구 2필지(4만7000㎡)에 대한 미회수 대금과 연체 이자로 2961억8000만 원이 쌓여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LH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토지매각 사업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LH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2009년 통합 LH 출범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3년 전 LH로부터 땅을 사들인 사업자들이 토지 대금을 제때 갚지 않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임대주택 공급 등 주택공급 사업마저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LH의 영업이익은 4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조8128억 원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LH 영업이익은 2019년부터 매년 2조∼5조 원을 기록하다 부동산 시장이 꺾이기 시작한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LH의 실적이 급감한 건 부동산 시장 침체로 토지매각 대금이 예정대로 입금되지 않아서다. LH의 토지매각 대금 연체 규모는 2021년 12월 말 2조689억 원에서 2022년 말 3조8550억 원, 지난해 말 기준 6조9281억 원까지 불어났다. LH 관계자는 “토지대금 미납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지난해 영업이익 급감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토지 대금을 연체한 사업자들은 LH에 6∼8% 수준의 연체이자를 내야 한다. 최고 10% 선을 넘나드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보다 낮다. 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이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연체이자를 내는 것이 나은 셈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받은 토지에 주택 사업을 벌였다 미분양이 나면 회사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라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때까지 연체금을 내며 버티는 게 낫다”라고 했다.

임대주택 수가 늘면서 운영에 따른 손실이 불어난 것도 실적 저하의 원인이다. LH의 임대주택 손실 규모는 2020년 1조5990억 원에서 2022년 1조9649억 원까지 불어났다. 올해는 이보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

LH 수익이 쪼그라들면서 일각에선 신도시 조성과 주택 공급,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공공사업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H는 올해 총 17조1000억 원 규모 공사·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연간 평균 10조 원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여기에 부실 PF 사업장 인수,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 매입 지원 등 정부 정책까지 수행해야 한다. LH 입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사업 자금 확보가 절실하다.

LH는 “정부의 출·융자금, 대금회수, 채권 조달 등의 재원 조달 방안을 활용해 정책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LH는 총 15조 원의 공사채를 발행할 계획으로, 현재 1조8700억 원을 발행했다. LH 관계자는 “해외 채권 발행, 민간참여 사업 확대, 지자체 공동시행 등 재원 조달 다각화로 사업을 문제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LH 곳간이 부족해지면 국민 세금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만큼 수익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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