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이지 핸들’, 앉아서 거는 스타일러… 디자인 ‘벽’을 깨다
홍석호 기자
입력 2023-09-19 03:00 수정 2023-09-19 03:00
LG전자가 만든 ‘유니버설 업 키트’
12일 오후 서울 금천구 LG전자 가산연구개발(R&D) 캠퍼스 18층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 자문단이 LG전자 냉장고의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12일 오후 서울 금천구 LG전자 가산연구개발(R&D)캠퍼스 18층.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생활가전 제품들에 대한 장애인 자문단의 사용성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전동 휠체어를 탄 남성이 의류 관리기인 스타일러를 열기 위해 손을 뻗었다. 손의 악력이나 상체 힘이 약해서인지 손잡이를 잡고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당겼는데도 문은 꿈쩍하지 않았다. 전동 휠체어를 움직여 힘쓰기 좋은 자세를 고쳐 잡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LG전자 H&A 고객가치혁신기획파트의 박세라 선임이 C자형으로 굽은 20cm 남짓한 길이의 ‘이지 핸들’을 손잡이 부근 적당한 높이에 세로로 붙였다. 남성이 자신의 팔 전완(팔꿈치 아래)을 이지 핸들에 끼우고 힘을 줘 당기니 문이 열렸다. 작은 힘으로도 가전제품 문을 열 수 있어 ‘이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지 핸들은 LG전자가 최근 공개한 ‘유니버설 업 키트’ 중 하나다. LG전자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한 가전제품을 이용하고 싶다’는 고객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제품이다.
올해 LG전자 H&A디자인연구소에 새롭게 출범한 ‘새로운 경험 디자인 태스크’의 목표는 생활가전에 적용할 유니버설 디자인 개발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나이, 성별, 장애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뜻한다.
디자인 태스크는 처음엔 아예 새로운 디자인의 가전제품을 구상했다. 하지만 고객가치혁신기획파트에서 전달해 온 고객의 목소리는 달랐다. 장애인 고객들의 수요를 조사해 보니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최신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원했다. 제품 디자인을 바꾸는 대신 액세서리 유니버설 업 키트로 방향을 튼 이유다.
우선 장애인 고객들의 디테일한 불편함을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6개월에 걸쳐 15개 가전제품에 대한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에는 청각·시각·지체장애인 80∼90여 명이 참여했다. 디자인 태스크의 하영수 리더는 “제품 이용 과정에서 불편함을 찾는 게 목표였는데, 대부분 제품은 장애인들이 아예 사용할 수가 없었다”며 “테스트를 거치면서 개선점을 하나하나 찾아나갔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선 냉장고 안쪽에 손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냉장고의 앞쪽만 겨우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을 위해 ‘회전 선반’을 만들었다. 스타일러가 높아 옷을 걸 수 없었던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해 세탁소나 도매상가 등에서나 볼 법했던 ‘스트레치 행어’를 알맞은 크기로 개발했다. 세탁기와 건조기 등의 다이얼을 쉽게 조작하도록 한 ‘이지 다이얼’, 무선청소기 무게 중심을 분산시키는 ‘어시스턴트 키트’ 등 노약자용 제품들도 있다.
‘디자인 태스크’인 만큼 기능 이상으로 모양에도 집중했다. 기존 출시된 가전제품에 붙이거나 넣어도 미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제품의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했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친환경 재활용 소재만 사용했다. 논의한 아이디어는 퇴근 전 3차원(3D) 프린터로 출력하고, 밤사이 만들어진 시제품을 이튿날 아침 체험해보는 일상이 매일 반복됐다. 10여 종의 유니버설 업 키트는 그렇게 개발됐다.
LG전자는 내년에 유니버설 업 키트를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공개한 키트들도 장애인 자문단의 체험과 반응을 바탕으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12일 오후 서울 금천구 LG전자 가산연구개발(R&D)캠퍼스 18층.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생활가전 제품들에 대한 장애인 자문단의 사용성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전동 휠체어를 탄 남성이 의류 관리기인 스타일러를 열기 위해 손을 뻗었다. 손의 악력이나 상체 힘이 약해서인지 손잡이를 잡고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당겼는데도 문은 꿈쩍하지 않았다. 전동 휠체어를 움직여 힘쓰기 좋은 자세를 고쳐 잡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LG전자 H&A 고객가치혁신기획파트의 박세라 선임이 C자형으로 굽은 20cm 남짓한 길이의 ‘이지 핸들’을 손잡이 부근 적당한 높이에 세로로 붙였다. 남성이 자신의 팔 전완(팔꿈치 아래)을 이지 핸들에 끼우고 힘을 줘 당기니 문이 열렸다. 작은 힘으로도 가전제품 문을 열 수 있어 ‘이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지 핸들은 LG전자가 최근 공개한 ‘유니버설 업 키트’ 중 하나다. LG전자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한 가전제품을 이용하고 싶다’는 고객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제품이다.
올해 LG전자 H&A디자인연구소에 새롭게 출범한 ‘새로운 경험 디자인 태스크’의 목표는 생활가전에 적용할 유니버설 디자인 개발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나이, 성별, 장애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뜻한다.
디자인 태스크는 처음엔 아예 새로운 디자인의 가전제품을 구상했다. 하지만 고객가치혁신기획파트에서 전달해 온 고객의 목소리는 달랐다. 장애인 고객들의 수요를 조사해 보니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최신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원했다. 제품 디자인을 바꾸는 대신 액세서리 유니버설 업 키트로 방향을 튼 이유다.
우선 장애인 고객들의 디테일한 불편함을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6개월에 걸쳐 15개 가전제품에 대한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에는 청각·시각·지체장애인 80∼90여 명이 참여했다. 디자인 태스크의 하영수 리더는 “제품 이용 과정에서 불편함을 찾는 게 목표였는데, 대부분 제품은 장애인들이 아예 사용할 수가 없었다”며 “테스트를 거치면서 개선점을 하나하나 찾아나갔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선 냉장고 안쪽에 손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냉장고의 앞쪽만 겨우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을 위해 ‘회전 선반’을 만들었다. 스타일러가 높아 옷을 걸 수 없었던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해 세탁소나 도매상가 등에서나 볼 법했던 ‘스트레치 행어’를 알맞은 크기로 개발했다. 세탁기와 건조기 등의 다이얼을 쉽게 조작하도록 한 ‘이지 다이얼’, 무선청소기 무게 중심을 분산시키는 ‘어시스턴트 키트’ 등 노약자용 제품들도 있다.
‘디자인 태스크’인 만큼 기능 이상으로 모양에도 집중했다. 기존 출시된 가전제품에 붙이거나 넣어도 미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제품의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했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친환경 재활용 소재만 사용했다. 논의한 아이디어는 퇴근 전 3차원(3D) 프린터로 출력하고, 밤사이 만들어진 시제품을 이튿날 아침 체험해보는 일상이 매일 반복됐다. 10여 종의 유니버설 업 키트는 그렇게 개발됐다.
LG전자는 내년에 유니버설 업 키트를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공개한 키트들도 장애인 자문단의 체험과 반응을 바탕으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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