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혼인 역대 최저… 외국인과 결혼은 급증

조응형 기자

입력 2023-03-17 03:00 수정 2023-03-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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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남성-외국 여성 결혼 34% 늘어
女국적 베트남-中-태국 순으로 많아
초혼 男 33.7-女 31.3세 역대 최고


© 뉴스1 DB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 씨(32)는 최근 가까운 산부인과를 찾아 난자 냉동시술 비용을 문의했다. 예비신랑과 모은 돈으로는 당장 전세를 얻기도 부족한 데다 업무 강도가 높은 부서에 배치돼 앞으로 최소 3년 동안은 결혼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 씨는 “결혼이 늦어져 30대 후반이 되면 임신 가능성이 떨어지기에 만일을 대비해 난자 냉동시술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이들이 늘면서 지난해 혼인 건수(혼인 신고 기준)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혼인 건수는 2019년부터 4년째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혼인 건수 감소와 만혼(晩婚) 증가는 저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1690건으로 1년 전에 비해 0.4%(817건) 감소했다.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11년째 줄고 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감소 폭이 컸다. 각각 ―10.7%, ―9.8%를 기록했는데, 혼인 건수가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인 건 외환위기 때인 1997년(―10.6%) 이후 23년 만이었다.

1996년 43만4911건이던 혼인 건수는 1997년(38만8960건) 30만 건대로 내려간 뒤 2016년 20만 건대, 2021년 10만 건대로 급감했다. 25년 만에 혼인 건수가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도 3.7건으로 역대 최저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5∼49세 연령 인구가 계속 줄어 인구 구조적으로 혼인 건수가 감소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7세, 여자 31.3세로 1년 전보다 각각 0.4세, 0.2세 높아졌다. 정부는 혼인 건수 감소와 만혼 추세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임 과장은 “지난해 기준 전체 출생아 중 72.5%가 결혼한 지 5년 미만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며 “혼외 출생이 적은 우리나라에선 혼인 건수와 출생률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혼인 건수는 1만6666건으로 1년 전보다 27.2%(3564건) 늘었다. 특히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혼인 건수가 1만2000건으로 33.6% 급증했다.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27.6%), 중국(19.0%), 태국(16.1%)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입국 제한 등으로 주춤했던 외국인과의 결혼이 지난해 입국제한 완화로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는 2020년 ―35.1%, 2021년 ―14.6%로 감소세였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9만3232건으로 1년 전보다 8.3%(8441건) 줄었다. 평균 이혼 연령은 남자 49.9세, 여자 46.6세로 1년 전보다 각각 0.2세, 0.1세 줄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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