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공간 줄이고 협업공간 늘려… ‘하이브리드형 오피스’ 확산

이축복 기자

입력 2024-06-11 03:00 수정 2024-06-1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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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이식 폴딩도어로 수시로 변신
기업들 사무공간 재배치 작업 활발
“임대료 줄고 직원 만족도 높아져”


유동적인 협업 공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고정 임대료를 줄이면서도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볼보그룹코리아 제공


지난해 11월 중장비 기업 볼보그룹코리아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본사 업무공간을 5개 층에서 3개 층으로 줄였다. 그 대신 자율좌석제를 도입하되 16개 콘셉트에 맞춰 업무공간을 다양화한 ‘하이브리드형 오피스’를 조성했다. 혼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1인 집중 포커스룸, 화면을 넓게 써야 하는 직원을 위한 듀얼 모니터 좌석 등도 있다.

회의실 벽에는 대형 미디어월과 아코디언처럼 접이식으로 열리는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모든 사원이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다 폴딩도어만 펼치면 소규모 팀 단위 회의를 열 수 있다. 용도가 애매했던 엘리베이터 룸은 북유럽풍 휴식공간을 조성했다. 프로젝트를 맡았던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CBRE코리아의 김형주 이사는 “전 직원 65%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후 10일간 현장에 상주하면서 업무 특성을 파악했다”며 “고정 비용인 임대료는 줄고 사용자인 직원 만족도는 높아져 경영진과 실무자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획일적인 개인 공간 대신 다양한 형태의 협업 공간을 마련하는 하이브리드형 오피스가 늘고 있다. 경영 실적이 나빠져 임대료 다이어트에 나선 기업들조차도 단순히 면적만 줄이기보단 공간 재구조화에 투자하면서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구획화된 개인 공간 위주로 운영되던 사무 공간. 볼보그룹코리아 제공
10일 CBRE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객사 34곳의 개별 업무 공간 면적은 2021년 대비 20% 줄었다. 반면 협업 공간과 재충전을 위한 어메니티 공간은 같은 기간 각각 30%, 57% 증가했다. 향후 업무 공간을 30% 이상 줄이겠다는 기업도 42%에 이른다. 엔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종료 또는 축소된 경우가 많은데도 사무공간을 최적화하려는 기업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 서울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인근에서 2호선 성수역 인근으로 자리를 옮긴 의류회사 콜롬비아스포츠웨어는 업무 공간 면적이 2900여 m2에서 1000여 m2로 줄었다. 개인 고정 좌석 대신 예약제로 바꾸고 불필요한 창고, 임원실 공간 등을 최소화했다. 그 대신 내부에 원형 라운지와 소규모 스낵바(캔틴)를 뒀다. 2022년 12월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긴 토요타코리아도 면적을 25.5%가량 줄이면서도 수시 미팅이 가능하게 좌석 간격을 넓혔다.

CBRE코리아 업무환경전략(WPS)팀의 공간 재구조화 프로젝트는 2021년 12건, 2022년 20건, 지난해 23건으로 증가했다. 또 다른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유사 조직인 프로젝트앤드디벨로프먼트(PDS)팀은 2019년 6명에서 22명으로 확대됐다. PDS팀을 총괄하는 이재홍 상무는 “사무실 재구조화 문의 중 절반은 기존 공간을 줄이면서 최적화가 가능하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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