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업계 부실채권 4조, 22년 만에 최대… “일부 파산 가능성”

강우석 기자

입력 2024-06-11 03:00 수정 2024-06-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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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대출 부실로 경영상태 악화
석달이상 연체 채권 49% 급증
“중소형 업체 유동성 위기 심각
매물 인수하려는 기업도 없어”



리스, 할부금융 등의 사업을 하는 캐피털사의 부실채권 규모가 4조 원을 돌파하며 22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공격적으로 펼쳐 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부실이 잇따라 발생한 결과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중소형 캐피털사 몇 곳이 단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내 파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0일 금융감독원 경영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리스, 할부금융 등 51개 캐피털사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은 총 4조1810억 원으로 1년 전(2조8039억 원)보다 49.1%(1조3771억 원) 급증했다. 캐피털사의 부실채권 규모는 2001년 말(약 7조8000억 원)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캐피털사들의 주된 수익원은 자금 조달 금리와 리스, 렌털 등 대출 금리의 차이인 ‘이자 마진’이다. 캐피털사들은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보였던 2016년 이후부터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부동산 PF 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은행, 보험 등 1금융권과 달리 고위험 투자처인 중·후순위 대출과 브리지론(토지 매입 전 단기대출)에 집중하며 높은 수익을 거둬 왔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캐피털사들의 총자산 대비 부동산 PF 비중은 13.1%로 2015년 말(약 4%) 대비 크게 늘었다.

하지만 고금리 국면이 조달 비용 증가, 부동산 PF 대출 부실 등으로 이어지면서 캐피털 업계의 경영 상태는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캐피털사들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4.76%로 1년 만에 2.37%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동영호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업계 차원에서 지난해 대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추가 적립이 필요할 것”이라며 “특히 신용등급 A급 이하의 캐피털사들의 예상 손실 규모가 큰 편”이라고 진단했다.

IB 업계에서는 취약한 재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소형 캐피털 중 파산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캐피털 회사는 별도의 수신(예적금) 기능이 없어 유사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장기화되다 보니 매물로 나온 캐피털 회사를 인수하려는 기업이나 오너들이 거의 없는 편”이라며 “하반기(7∼12월) 내로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는 몇 곳의 캐피털사들이 파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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