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대상’ 주주로 확대 추진… 재계 “회사법 근간 위협”
홍석호 기자
입력 2024-06-11 03:00 수정 2024-06-11 03:00
‘주주 이익 보호’ 포괄한 상법개정안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발의돼
밸류업 바람에 정부도 찬성 돌아서
“과도한 규제… 손배 소송 우려 커져”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힘을 받을 조짐이 보이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며 폐기된 법안을 최근 야당 의원이 재발의한 가운데 정부도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공감대를 드러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표준에 맞지 않고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상법 제382조 3(이사의 충실의무) 중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에서 ‘회사’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바꾸는 내용이다. 이사회가 인수합병(M&A), 분할 같은 중요한 경영상 결정을 내릴 때 소액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지난 회기와 달라진 점은 ‘밸류업’ 바람에 따라 정부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운을 떼었다. 이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법무부가 6∼7월 공청회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간 상법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반대해왔다.
상법 개정 논의는 2020년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과정에서 처음 시작됐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로 올랐던 LG화학 주가가 분할 소식에 크게 떨어졌고,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상법 개정에 찬성하는 이들은 물적분할 등 지배주주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손해를 입을 소액주주를 보호할 규범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권한을 갖는 상황에서 이사가 주주에 대해 충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주요국에서는 찾기 힘든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일본, 호주 등의 관련법에서는 이사가 회사를 위해 행동할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다양한 주주들의 이익이 일치하기 어려운 만큼 이사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단기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는 주주 사이에서 이사는 한쪽 편을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소액주주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는 과정에서 지분보다 과대평가돼 ‘자본 다수결 원칙’ 등 자본주의 기본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발의돼
밸류업 바람에 정부도 찬성 돌아서
“과도한 규제… 손배 소송 우려 커져”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힘을 받을 조짐이 보이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며 폐기된 법안을 최근 야당 의원이 재발의한 가운데 정부도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공감대를 드러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표준에 맞지 않고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상법 제382조 3(이사의 충실의무) 중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에서 ‘회사’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바꾸는 내용이다. 이사회가 인수합병(M&A), 분할 같은 중요한 경영상 결정을 내릴 때 소액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지난 회기와 달라진 점은 ‘밸류업’ 바람에 따라 정부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운을 떼었다. 이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법무부가 6∼7월 공청회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간 상법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반대해왔다.
상법 개정 논의는 2020년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과정에서 처음 시작됐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로 올랐던 LG화학 주가가 분할 소식에 크게 떨어졌고,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상법 개정에 찬성하는 이들은 물적분할 등 지배주주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손해를 입을 소액주주를 보호할 규범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권한을 갖는 상황에서 이사가 주주에 대해 충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주요국에서는 찾기 힘든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일본, 호주 등의 관련법에서는 이사가 회사를 위해 행동할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다양한 주주들의 이익이 일치하기 어려운 만큼 이사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단기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는 주주 사이에서 이사는 한쪽 편을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소액주주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는 과정에서 지분보다 과대평가돼 ‘자본 다수결 원칙’ 등 자본주의 기본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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