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생이’ 경영학도가 만든 피자… “어디서나 10분내 매장 찾게할것”
이민아 기자
입력 2024-05-30 03:00 수정 2024-05-31 10:40
[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푸드테크 기업 ‘고피자’ 임재원 대표
일정한 피자맛 위해 직접 오븐 제작
직원 반대-제조사들 수십번 거절끝… 1인피자 6개 3분내 굽는 ‘고븐’ 탄생
세계 200여 매장에 직원 600명… “가장 접근성 좋은 피자 만들고파”
임재원 대표는 2012년 싱가포르경영대(SMU)를 졸업하고 2015년 KAIST 대학원에서 경영공학 석사 학위를 딴 뒤 2016년
고피자를 창업했다. 2019년 포브스 아시아에서 뽑은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피자 제공
2018년 장대비가 쏟아졌던 어느 여름 토요일 아침.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지하 사무실에서 빗물을 퍼내던 한 청년 창업가는 물에 젖은 컴퓨터와 사무 집기를 보면서 사업을 접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사라질 뻔했던 1인 피자 프랜차이즈 기업 ‘고피자’는 한국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7개국에 200여 매장을 내며 K피자의 선두에 서 있다. 전체 글로벌 직원 수만 약 600명이나 된다.
29일 서울 종로구 고피자 본사에서 임재원 대표(34)를 만났다. 고피자는 2016년 임 대표가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회사다. 그가 직접 기획한 피자 화덕 ‘고븐’이 전 세계 고피자 매장마다 설치돼 있다. 고븐은 1인 피자를 최대 6개씩 3분 안에 구울 수 있다. 자리를 적게 차지하기에 3평짜리 매장에서도 갓 구운 피자를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경영학을 공부한 ‘범생이’가 고븐을 만들고자 마음먹은 배경이 궁금했다.
“2016년에 밤도깨비 야시장 푸드트럭에서 피자를 구워 팔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다친 적이 있었어요. 만드는 사람의 안전과 피자의 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사람 손이 덜 가면서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화덕을 만들고 싶었다는 얘기다.
고븐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1년 6개월 넘게 걸렸다. 그와 푸드트럭에서 일했던 고피자 직원들은 전부 ‘자체 오븐을 만들겠다’는 그의 아이디어에 반대했다. ‘피자 회사에 취직한 거지 기계 만드는 회사에 취직한 게 아니다’라며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황학동 주방 거리를 돌며 고븐을 만들 제조사를 수소문했다”면서 “수십 번의 거절과 실패를 겪었다. 만들어주겠다고 해놓고 연락을 끊은 곳들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임 대표는 고피자 창업 전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피자와 가까워졌다.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엔 피자를 구웠다. 1년간 창업을 준비했던 그는 푸드트럭에서 소위 ‘대박’을 쳤다. 푸드트럭을 운영할 때는 어머니와 함께 피자에 들어가는 토마토소스를 끓이고, 양파를 썰면서 새벽 4시에 잠이 들곤 했단다.
지난해 매출 250억 원을 낸 고피자는 올해 400억 원의 매출과 월간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태국 재계 1위 CP그룹에서 1000만 달러(약 136억 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자그마치 600억 원이다.
고븐의 확장성에 힘입어 고피자는 국내외 CGV 매장, 파라다이스시티 씨메르 수영장, 삼성전자 등 대기업 급식, 대전 한화이글스 야구장 등에 입점해 있다. 지난달부터는 편의점 GS25에 전용 화덕 ‘고븐 미니’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1000개 이상의 GS25 매장에서 고피자의 피자를 판매할 예정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태국 CP그룹이 보유한 태국 내 세븐일레븐에도 한국의 GS25처럼 고븐 미니가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 대표는 고피자의 향후 목표를 “세상에서 제일 접근성이 좋은 피자 브랜드”라고 밝혔다. 그는 “전 국민이 어디서나 10분 안에 고피자 매장을 방문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이 같은 매장 내 ‘숍인숍’(매장 안의 매장) 모델을 전 세계적으로 복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일정한 피자맛 위해 직접 오븐 제작
직원 반대-제조사들 수십번 거절끝… 1인피자 6개 3분내 굽는 ‘고븐’ 탄생
세계 200여 매장에 직원 600명… “가장 접근성 좋은 피자 만들고파”

2018년 장대비가 쏟아졌던 어느 여름 토요일 아침.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지하 사무실에서 빗물을 퍼내던 한 청년 창업가는 물에 젖은 컴퓨터와 사무 집기를 보면서 사업을 접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사라질 뻔했던 1인 피자 프랜차이즈 기업 ‘고피자’는 한국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7개국에 200여 매장을 내며 K피자의 선두에 서 있다. 전체 글로벌 직원 수만 약 600명이나 된다.
29일 서울 종로구 고피자 본사에서 임재원 대표(34)를 만났다. 고피자는 2016년 임 대표가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회사다. 그가 직접 기획한 피자 화덕 ‘고븐’이 전 세계 고피자 매장마다 설치돼 있다. 고븐은 1인 피자를 최대 6개씩 3분 안에 구울 수 있다. 자리를 적게 차지하기에 3평짜리 매장에서도 갓 구운 피자를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경영학을 공부한 ‘범생이’가 고븐을 만들고자 마음먹은 배경이 궁금했다.
“2016년에 밤도깨비 야시장 푸드트럭에서 피자를 구워 팔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다친 적이 있었어요. 만드는 사람의 안전과 피자의 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사람 손이 덜 가면서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화덕을 만들고 싶었다는 얘기다.
고븐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1년 6개월 넘게 걸렸다. 그와 푸드트럭에서 일했던 고피자 직원들은 전부 ‘자체 오븐을 만들겠다’는 그의 아이디어에 반대했다. ‘피자 회사에 취직한 거지 기계 만드는 회사에 취직한 게 아니다’라며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황학동 주방 거리를 돌며 고븐을 만들 제조사를 수소문했다”면서 “수십 번의 거절과 실패를 겪었다. 만들어주겠다고 해놓고 연락을 끊은 곳들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임 대표는 고피자 창업 전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피자와 가까워졌다.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엔 피자를 구웠다. 1년간 창업을 준비했던 그는 푸드트럭에서 소위 ‘대박’을 쳤다. 푸드트럭을 운영할 때는 어머니와 함께 피자에 들어가는 토마토소스를 끓이고, 양파를 썰면서 새벽 4시에 잠이 들곤 했단다.
지난해 매출 250억 원을 낸 고피자는 올해 400억 원의 매출과 월간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태국 재계 1위 CP그룹에서 1000만 달러(약 136억 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자그마치 600억 원이다.
고븐의 확장성에 힘입어 고피자는 국내외 CGV 매장, 파라다이스시티 씨메르 수영장, 삼성전자 등 대기업 급식, 대전 한화이글스 야구장 등에 입점해 있다. 지난달부터는 편의점 GS25에 전용 화덕 ‘고븐 미니’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1000개 이상의 GS25 매장에서 고피자의 피자를 판매할 예정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태국 CP그룹이 보유한 태국 내 세븐일레븐에도 한국의 GS25처럼 고븐 미니가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 대표는 고피자의 향후 목표를 “세상에서 제일 접근성이 좋은 피자 브랜드”라고 밝혔다. 그는 “전 국민이 어디서나 10분 안에 고피자 매장을 방문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이 같은 매장 내 ‘숍인숍’(매장 안의 매장) 모델을 전 세계적으로 복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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