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사 부족한 국립정신병원, 붕괴위기

이지운 기자

입력 2022-11-23 03:00:00 수정 2022-11-23 05: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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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정원의 37% 그쳐… 1명이 진료-전공의 수련-원장대행까지
전국 5곳중 3곳, 병원장도 없어
격무에 임금은 개원의 절반 ‘줄사직’
“국민 정신건강관리 지원 강화를”



전국에 있는 총 5곳의 국립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전문의 수가 정원의 3분의 1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5곳 중 3곳은 병원장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 중증·응급 정신질환자 치료를 도맡으며 재난 발생 시 국민의 트라우마 대응까지 이끌어야 하는 공공 정신건강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의사 없는 국립병원…입원병동 문 닫기도
22일 동아일보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국립정신병원 5곳의 정신과 전문의 정원은 총 79명이다. 하지만 실제로 전임 근무 중인 전문의는 정원의 37%(29명)에 불과했다. 국립나주병원과 국립공주병원을 제외한 3곳은 병원장조차 공석이다.

국립춘천병원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이곳엔 전임 정신과 전문의가 1명뿐이다. 전문의 정원이 7명임에도 1명이 외래환자 진료와 전공의 수련, 병원장 직무대행까지 맡고 있다. 이 병원은 입원 병상이 100개가 넘지만 현재 입원 중인 환자는 0명이다. 의사 부족으로 입원 환자를 돌볼 수 없어 이달 초 재원 중이던 환자를 모두 내보냈기 때문이다.

국립정신병원 5곳 중 가장 규모가 큰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조차 전문의 충원율이 33%(정원 39명 중 13명)에 그쳤다. 13명 중 상당수는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같은 국민 정신건강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전문의는 4명뿐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관계자는 “사업부서 전문의들까지 외래, 당직 근무를 번갈아 서고 있다”며 “신규 환자가 진료받으려면 길게는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 중증 환자 돌보지만 연봉은 ‘개원의 반 토막’
국립정신병원에 의사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립정신병원 전문의의 평균 연봉은 세전 1억2000만 원대다. 개인 의원을 차린 정신과 전문의 평균 연소득 약 2억4000만 원(2020년 기준)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수도권에서 정신과 의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최근 정신과 진료 수요가 늘어 연 3억 원 이상을 버는 개원의가 많다”며 “사명감에만 호소하기엔 처우 격차가 너무 크다”고 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립정신병원들이 감염병전담정신병원으로 운영되며 전문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경우 코로나19 직전까지만 해도 전임 전문의가 20명 넘게 있었다. 하지만 20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 정신질환자들을 입원시켜 치료하는 동안 의료진이 격무에 시달렸고, ‘줄사직’이 이어졌다. 전문의가 줄수록 업무 강도는 더 강해졌다. 남은 인력도 못 버티고 퇴직하는 악순환이 벌어져 13명만 남게 됐다.

국립정신병원은 증세가 심하고 자해나 타해 우려가 있어 민간 병·의원에서 받기를 주저하는 중증 정신질환자들을 주로 진료한다. 정신건강 측면에선 국립정신병원들이 ‘필수의료’를 도맡는 셈이다. 이종국 국립공주병원장은 “일반 의료 의사들이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과목을 기피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 정신의료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복지부는 “국립정신병원의 임금 수준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인사혁신처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국립정신병원에 대한 지원 강화와 함께 의사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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