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상반기 금리인하 어려워”… 9연속 3.5% 동결

이동훈 기자 , 뉴욕=김현수 특파원

입력 2024-02-23 03:00 수정 2024-02-23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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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소비자 물가 고공행진 감안
부동산 가격-가계부채 자극 경계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유지
美연준도 기준금리 인하 신중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해 2월 이후 9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금리·고물가의 여파로 국내외 소비자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올 상반기(1∼6월) 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2월 이후 9번 연속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은 상반기 금리 인하에 선을 그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도 물가 상승에 따라 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면서 한미 모두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높였다.

● “글로벌 물가 울퉁불퉁한 길 내려오고 있어”


2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내에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기존 의견을 유지한다”면서 “상반기 이후 상황은 5월에 경제 관련 숫자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이날 연 3.5%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평탄한 길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다”며 “국내외 변수가 많기 때문에 물가가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내려가는지 확인하고 금리 움직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했다. 그는 “한은의 중요한 역할은 금리 정책을 잘못해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가 돼 금리를 내릴 때도 부동산 가격이 자극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간의 교훈”이라고 했다.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밝히면서 민간의 체감 경기는 더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면서 기업의 체감 경기도 이달 들어 3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한은이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한 것도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반도체 등 수출 회복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유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빨리 중단했고, 기준금리 자체도 미국 등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올해 4분기(10∼12월)에야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美 연준도 기준금리 조기 인하 경계


미 연준도 기준금리 조기 인하가 자칫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연준이 21일(현지 시간)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초과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회의록은 “2023년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에 대부분 근접했지만,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완화가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어느 정도 무게를 뒀다”며 “물가를 낮추는 데 상당한 차질이 생기면 금융 상황이 긴축돼 완화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위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물가가 추가 상승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록이 공개되기 전 미셸 보먼 연준 이사 역시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어느 시점에서는 금리 인하를 시작하겠지만,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자신이 있진 않다”며 “확실히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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