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11월 할인대전’ 선방… “가성비 제품 의존” 평가도

정서영 기자

입력 2023-12-04 03:00 수정 2023-1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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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데이’ 매출 1.7조… 22% 증가
현대 ‘패밀리 위크’ 매출 24%↑
행사기간 늘고 이벤트 상품 집중… “부진 탈출 신호로 보기엔 일러”
업계, 연말까지 할인공세 펼칠 듯


3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고객들이 할인 판매하는 행사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마트는 1993년 1호점인 창동점 개점 이후 창립 30주년을 맞아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신선, 가공, 일상 용품 등 주요 생필품들을 ‘최대 50% 할인’ 또는 ‘1개 구매 시 1개 증정(1+1)’으로 판매하는 ‘이마트 30주년 창립 기념행사’를 연다. 뉴스1

11월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펼친 유통업체들이 소비 침체 속에도 높은 매출 상승률을 달성했다. 다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과 할인 제품에 의존한 제한적 매출 증가라 유통업계의 부진 탈출 신호로 받아들이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13∼19일 진행한 그룹사 최대 할인행사인 ‘2023 대한민국 쓱데이’에서 매출 1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 행사였던 2021년(2022년은 이태원 참사로 미진행) 쓱데이보다 매출이 22% 늘었다. 같은 달 2∼12일 ‘롯데 레드페스티벌’을 진행한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백화점 아웃도어 매출이 20%, 뷰티 상품군이 20% 늘어나는 등 일부 상품군의 매출이 늘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실시한 그룹사 통합 할인행사 ‘패밀리 위크’ 기간(10∼26일) 동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8% 늘었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도 11월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은 쓱데이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1% 늘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지난달 22일 시작한 할인 행사 ‘무진장 블랙프라이데이’ 첫날 매출이 전년도 행사 첫날 대비 42% 높았다고 밝혔다. 쿠팡도 지난달 8∼11일 진행된 ‘로켓직구 광군제’ 행사를 통해 지난해보다 매출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할인 행사 기간 판매액이 늘었다고 해서 실제 매출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신세계그룹 쓱데이의 경우 2021년에는 이틀 동안만 진행했으나, 올해는 행사 기간을 7일로 대폭 늘렸다. 행사 기간이 늘다 보니 매출 상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첫 번째 통합 할인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전 매출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11월 할인 행사 성적이 기대한 수준만큼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박은 아니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할인 폭이 커서 정말 쌌거나 또는 이벤트용으로 준비한 특이한 상품들만 주로 팔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가성비’ 상품으로 내놓은 반값 삼겹살과 킹크랩은 추가 물량까지 다 팔렸다. 신세계푸드가 기획한 2900원짜리 노브랜드 짜장버거도 6일간 5만 개가 팔리는 등 저가 상품 위주로 판매가 이루어졌다.

국내 소비심리도 계속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2로 전월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8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며, 9월에는 100 이하로 떨어지는 등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특히 소비지출전망은 0.7포인트 떨어져 3월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유통사들이 할인을 내세워 매출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고물가와 고금리로 위축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에 쇼핑 최대 성수기인 연말을 앞둔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연말까지 할인 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30주년 행사 등을 포함해 12월 할인 세일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10일까지 롯데온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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