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명 규모 커진 MZ노조, 기존 노조-사측과 마찰

한재희 기자

입력 2023-11-20 03:00 수정 2023-11-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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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노조 악습 타파” 내세워 출범… 17곳서 단체 결성하며 급성장
불리한 단협-교육시간 차별 등
주도권 우려한 기존 노조와 충돌… 회사와는 별도 교섭권 놓고 소송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이 올 3월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사례 1.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노동조합인 ‘LS일렉트릭 사무노조’는 늦어도 12월 초까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한국노총 산하 기존 노조에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신청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소수 노조(LS일렉트릭 사무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안을 교섭권을 가진 대표 노조(한국노총 산하 기존 노조)에 전달하면, 대표 노조는 이에 대해 사측과 충실히 협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대표 노조가 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LS일렉트릭 사무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사례 2. 한국가스공사의 제2노조이자 MZ 노조인 ‘더 코가스 노조’는 이달 14일 신입사원 노조 교육 시간에서 민노총 산하 한국가스공사 지부보다 더 적은 시간을 배정받았다. 단협에는 사측이 2시간 이상의 시간을 주기로 돼 있는데 더 코가스 노조에는 20분만 배정한 것. 더 코가스 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후에도 교육 시간은 20분 더 늘어난 40분에 그쳤다. 더 코가스 노조는 11월 말 경북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등을 할 계획이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 2월 기성 노조의 악습을 타파하겠다며 사무직 및 MZ세대 노동조합들이 모여 결성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기성 노조 및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새로고침 협의회가 창립 과정부터 기성 노조와 대립각을 세웠던 점이 계속해서 민노총 한국노총 산하 노조들과 부딪치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Z 노조의 세력이 커지면 기성 노조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충돌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8곳 노조에서 6000여 명으로 시작했던 새로고침 협의회는 현재 17곳의 9000여 명이 참가한 단체로 급성장했다.

지난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로고침 협의회 소속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의 조은호 후보를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이사 2명 중 한 명으로 임명하자 양대 노총에서 “전 직원 투표 3위 후보를 2명의 노동이사 중 한 명으로 뽑았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전 직원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조 후보는 시장 고유 권한으로 임명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MZ 노조는 사측과는 교섭권을 얻어내려는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근로 조건과 고용 형태 차이가 큰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복수의 노조가 각자 교섭권을 가질 수 있다.

MZ 노조인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는 다음 달 7일 ‘교섭단위 분리 결정 재심 결정 취소’ 소송의 선고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앙노동위원회가 “생산직·사무직 노조를 구분해서 교섭하라”는 결론을 내린 것에 불복해 사측이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지난달 변론기일에선 민노총 산하 제1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반대한다는 사실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해 사실상 사측의 입장을 대변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 입장에서는 오랜 노사 관계의 파트너가 주는 편안함이 있을 것이고,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기존 노조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견제 심리가 상당히 클 것”이라며 “소수 노조의 활동 보장을 위해선 교섭권을 지금보다 전향적으로 해석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사무직 노조는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측에선 소수 노조 의견도 다양한 창구를 통해 청취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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