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라면봉지가 경유로… SK, 울산에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

울산=변종국 기자

입력 2023-09-18 03:00 수정 2023-09-1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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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8000억 투입 2025년 준공 목표
3대 재활용 기술 세계 첫 복합 적용
유색 페트병-섬유에도 새 생명 가능
SK “年 500mL 생수병 213억개 처리”


13일 울산 남구 SK지오센트릭 울산 ARC 부지에서 김기현 SK지오센트릭 PM이 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열분해유를 손에 들고 설명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부지에 2025년 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인 울산 ARC가 준공될 예정이다. 울산=변종국 기자 bjk@donga.com

13일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크기의 부지에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공장 착공에 앞서 땅을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라고 했다. 부지 주변으로는 SK 정유 단지를 상징하는 굴뚝과 기름 배관, 정유 탱크 등이 보였다. 이곳에 들어설 시설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다. 완공 후엔 매립하거나 태워야 했던 폐플라스틱을 모아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화학업계의 ‘연금술’이 벌어지게 된다.

● 3가지 핵심 기술 활용한 ‘그린 투자’의 상징


울산 ARC는 2025년 준공이 목표다. 사업비만 1조8000억 원이 투입된다. SK 내부에서는 그룹의 ‘그린 투자’를 상징한다는 말도 나온다.

화학적 재활용을 위해서는 3가지 핵심 기술이 활용된다.

첫 번째, 열분해는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과 같은 플라스틱을 300∼800도의 고온으로 가열해 새로운 화학물질을 얻는 공정이다. 이때 ‘열분해유’라는 기름이 나온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열분해유 후처리’를 하면 나프타와 경유 등의 석유화학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매립이나 소각 외에는 처리할 길이 없었던 라면봉지 같은 폐플라스틱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는 셈이다.

두 번째는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이다. 폐플라스틱들을 일정한 용매에 녹여 고온에서 높은 압력을 가한다. 이후 오염물질을 제거해 순수한 PP만 추출한다. 다양한 종류의 복합 재질은 물론이고 오염된 소재까지 재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 기술은 해중합이라고 부른다. 재활용이 어려웠던 유색 페트병과 섬유 등의 플라스틱 분자 덩어리를 해체하는 기술이다. 폐플라스틱을 작은 단위까지 분해해 플라스틱 기초 원료 물질로 되돌린 뒤 이를 다시 결합(중합)해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2050년 600조 원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은 투명한 페트병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세 가지 기술 개발로 플라스틱의 오염도나 성질, 색상 등과 관계없이 플라스틱을 대부분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분리배출을 할 때 유색 플라스틱을 따로 구분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된다.

김기현 SK지오센트릭 PM은 “열분해와 고순도 PP 추출, 해중합을 한 공장에서 할 수 있는 복합 재활용단지는 울산 ARC가 세계 최초”라며 “여기서만 500mL 생수병 213억 개와 비슷한 연간 32만 t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기술별로 재생산되는 제품의 수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탄소배출 저감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는 열분해 방식의 재활용이 플라스틱을 태워 버리는 것보다 최대 61.5%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의미도 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2050년 6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은 재활용 소재 및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생태계 파괴 속도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할 수 있도록 끌고 나가는 것이 SK의 목표”라며 “울산 ARC는 이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SK는 그린 투자 부문에만 8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울산=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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