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사태’ 1년 되도록… 코인 투자자 보호, 입법공백 여전

김도형 기자

입력 2023-03-27 03:00 수정 2023-03-2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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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권도형 체포]
국회 계류 관련 법안 모두 18개… 정무위 소위, 내일 첫 논의 하기로
국내 하루평균 3조원 어치 거래 “불공정거래 처벌 법안 시급” 지적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1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던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법안이 이번 주에야 입법에 시동을 건다. 해외로 도피했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것을 계기로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하루빨리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매일 수조 원의 거래가 이뤄짐에도 주식 시장과 달리 시세조종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처벌하기 힘든 법률 공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었다.


● 가상자산 법안들 이제야 논의 시작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28일 오전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을 처음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신규 제정 법률안 11개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4개를 비롯해 18개에 이른다.

그동안 개별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쏟아졌지만 정작 국회의 실제 입법 움직임은 더디기만 했다. 금융당국도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중심으로 우선 입법을 추진해 왔지만 정무위 법안소위 차원의 논의는 한 차례도 진행되지 못했다. 법안 내용에 대해 여야 간 큰 이견은 없었지만 우선순위에서 다른 법안들에 밀린 결과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28일 법안소위에서 처음 가상자산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많은 협의가 가능할지, 법안 통과가 언제쯤 될지는 점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논의 대상 법안 중 정무위원장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기 대표 발의한 법안은 모두 이용자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우선 입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거래와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금지하는 한편 금융당국에 가상자산 거래소를 감독,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용자 예치금 신탁과 가상자산 보관 방식을 규정하고, 전산 장애 등 사고에 대비해 보험 또는 적립금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 하루 3조 원 거래… “규제 공백 장기화”
2021년 11월 3조 달러(약 3900조 원)에 육박했던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최근 1조 달러(약 1300조 원)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에 하루 평균 3조 원어치의 가상자산이 거래됐고 실제 이용자가 627만여 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가상자산 불공정거래에 대한 법적 규제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비해 뒤처진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존의 상품거래법을 통해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규정하면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입법 공백을 메운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기본법인 미카(MiCA) 법안에 합의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법안에는 가상자산의 발행 및 거래에 관한 투명성 확보, 공시 의무, 내부자 거래 규제 방안 등이 담겨 있다.

반면 관련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한국은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민법상 사기 혐의를 끌어다가 적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투자 대상이 등장했음에도 입법이 늦춰지면서 불공정거래마저도 기존 법을 활용해 처벌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범법자에 대한 처벌이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와 업계 일각에서는 관련 입법이 가상자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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