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순익 반토막에도… 임원 연봉 54% 늘어, 최고 55억

이호 기자

입력 2023-03-27 03:00 수정 2023-03-27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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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봉킹’ 정일문 한투 대표
급여보다 상여가 더 큰 비중 차지
2021년 호실적 작년 성과급 반영
금융당국, 성과급 환수 강화 검토



지난해 증시 부진과 금리 인상 등으로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반 토막이 났지만 증권사 회장, 대표 등 임원들의 보수총액은 전년 대비 54%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주요 증권사 임원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아간 ‘연봉킹’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였다.

26일 국내 증권사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8개 주요 증권사의 회장 및 대표의 보수총액은 2021년 총 415억697만 원에서 2022년 640억8357만 원으로 225억7660만 원, 즉 54%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중에서도 ‘연봉킹’ 정일문 대표는 지난해 총 55억1826만 원을 받았다. 이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51억1300만 원,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이 39억9300만 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부회장)가 37억194만 원,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이 36억3300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회장(35억497만 원),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24억7500만 원)가 그 뒤를 이었다.

교보증권은 2021년 1433억 원에서 2022년 433억 원으로 순이익이 1000억 원 가까이 줄었으나 박봉권 대표와 이석기 대표의 보수총액은 반대로 늘어났다. 특히 이 대표의 보수총액은 2021년 5억9200만 원에서 2022년 두 배 가까운 11억2359만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금리 인상, 주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주식 거래가 줄어들면서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금감원에 따르면 58개 증권사 순이익은 4조5131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1년(9조896억 원) 대비 50.3% 줄며 반 토막이 났다. 주요 증권사들의 현금배당액 또한 쪼그라들었다. 2021년 438억 원을 배당했던 한화투자증권이 지난해 배당을 전혀 하지 않기로 했고, 유진투자증권은 2021년 131억 원에서 지난해 55억 원으로 그 배당 규모를 줄이는 등 증권사에 투자한 주주들의 몫은 대폭 축소됐다.

이렇듯 ‘벌이’가 나빴음에도 증권사 경영진들의 보수가 급증한 것은 2021년 호실적이 2022년 성과급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정 연도에 낸 성과 보수를 몇 년에 걸쳐 나누어 받는 이연성과급 제도도 경영진 연봉 급증에 기여한 요인으로 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권사는 이연성과급제의 영향으로 단기간 실적에 따라 상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다수 임원들의 보수총액을 살펴보면 고정된 급여보다는 상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 대표는 8억4880만 원의 급여에 46억6946만 원의 상여를 받았다. 최 회장 또한 16억6700만 원의 급여에 34억4400만 원의 상여를 받았다.

실적과 달리 치솟은 증권사 임원들의 보수총액에 대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최근 금융당국도 금융사 수익 변동 시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삭감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임원들의 보수총액을 줄인 증권사도 있었다. 올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부진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올투자증권의 이병철 회장과 최석종 부회장, 이창근 대표는 2021년 대비 지난해 보수총액이 줄었다.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또한 다른 주요 증권사와는 다르게 보수총액이 줄어든 모습이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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