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예금보호한도 1억 상향’ 주장에 금융당국은 신중
강우석 기자
입력 2023-03-23 03:00 수정 2023-03-23 10:48
SVB 파산 등으로 예금자 불안 커져
美-유럽 등 보호규모 한국 2배 넘어
당국 “5000만원이하 예금자가 98%
예보료 올라 소비자 부담 커질수도”
20년 넘게 ‘1인당 5000만 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은 예금자의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보호 한도를 1억 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한도 상향의 실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예금 보호 한도, 예금 보험료율 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20일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는 예금자 보호제도를 손질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분기마다 TF를 운영하고 있다.
예금 보호 한도란 금융사가 파산으로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예보가 대신 지급하는 최대 금액이다. 현재 보호 한도는 금융사별로 1인당 5000만 원이다.
정치권에서는 예금 보호 한도를 1억 원 이상으로 높이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미국 등 해외 일부 은행의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로 국내 금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22년째 동결 상태인 보험금 한도(5000만 원)를 경제 규모 등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약 3억3000만 원), 유럽연합(약 1억4000만 원), 일본(약 1억 원)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보호 금액은 적은 편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SVB 사태로 미국 정부는 보호 한도와 상관없이 예금 전액을 보증해주기로 했다”며 “한국 역시 예금자 보호 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험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하면서도 한도 상향을 법률화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현행 제도 안에서도 유사시 예금을 전액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예금 보호 한도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어서 비상 상황 때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하면 한도를 제한 없이 풀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예금 보호 한도를 높여 봤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부보 예금’ 중 5000만 원 이하의 예금자 비율은 98.1%에 달했다. 어차피 5000만 원 이상 고액 예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 한도를 높이면 고액 자산가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한도 상향으로 오히려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회사가 높아진 예금보험료 부담을 금리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적금에 적용되는 금리가 미세하게 낮아지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도 “예금 보호 한도를 높여 금융보호망을 강화하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예금보험료 인상이 서민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美-유럽 등 보호규모 한국 2배 넘어
당국 “5000만원이하 예금자가 98%
예보료 올라 소비자 부담 커질수도”
20년 넘게 ‘1인당 5000만 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은 예금자의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보호 한도를 1억 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한도 상향의 실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예금 보호 한도, 예금 보험료율 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20일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는 예금자 보호제도를 손질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분기마다 TF를 운영하고 있다.
예금 보호 한도란 금융사가 파산으로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예보가 대신 지급하는 최대 금액이다. 현재 보호 한도는 금융사별로 1인당 5000만 원이다.
정치권에서는 예금 보호 한도를 1억 원 이상으로 높이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미국 등 해외 일부 은행의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로 국내 금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22년째 동결 상태인 보험금 한도(5000만 원)를 경제 규모 등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약 3억3000만 원), 유럽연합(약 1억4000만 원), 일본(약 1억 원)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보호 금액은 적은 편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SVB 사태로 미국 정부는 보호 한도와 상관없이 예금 전액을 보증해주기로 했다”며 “한국 역시 예금자 보호 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험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하면서도 한도 상향을 법률화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현행 제도 안에서도 유사시 예금을 전액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예금 보호 한도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어서 비상 상황 때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하면 한도를 제한 없이 풀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예금 보호 한도를 높여 봤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부보 예금’ 중 5000만 원 이하의 예금자 비율은 98.1%에 달했다. 어차피 5000만 원 이상 고액 예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 한도를 높이면 고액 자산가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한도 상향으로 오히려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회사가 높아진 예금보험료 부담을 금리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적금에 적용되는 금리가 미세하게 낮아지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도 “예금 보호 한도를 높여 금융보호망을 강화하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예금보험료 인상이 서민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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