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보고 질문할 수 없을까? 강의별 소통 플랫폼으로 해결

김하경 기자

입력 2022-11-24 03:00 수정 2022-11-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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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Change]〈21〉 ‘클라썸’ 이채린-최유진 대표
강의때 궁금했던 점 질문 올리면 여러 학생이 답변하는 ‘집단지성’
중복질문은 AI가 기존 답변 연결… 학습자에게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


‘소통 중심의 성장 플랫폼’을 표방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클라썸의 이채린 대표(왼쪽)와 최유진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더 편하게 교수님께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에듀테크 스타트업 ‘클라썸’ 이채린 대표(26)가 KAIST 2학년 때 가졌던 질문이다. 고교 시절 친구들과 서로 모르는 부분에 대해 토론하며 공부를 해왔던 그는 대학 입학 후 오히려 배움이 제한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강의마다 수강생이 다르다 보니 함께 공부할 친구를 찾기 어려웠던 것. 강의 중에 마음껏 질문하기에는 다른 학생들의 눈치가 보였고, 수업 후 질문하고자 교수에게 이메일을 쓸 때는 인사말까지 고민해야 했다.

이 대표는 강의마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개설하는 데서 해법을 모색했다. KAIST 전산학부 과대표에 출마한 그는 학생회 사업으로 대화방을 만들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대화방을 통해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질문했고, 교수들은 학생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더 정확히 파악했다.
○ 서비스 지속가능성 위해 창업 결심
애초 단체대화방은 학생 복지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개설한 것이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을 계기로 이 대표는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화방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지속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다”며 “창업을 해 수익모델을 만들고 투자를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던 그는 2017년 강의별 소통 플랫폼인 클라썸의 초기 버전을 출시했다. 하지만 정식 버전을 출시하고 창업을 할 때는 세일즈 마케팅을 함께 주도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교육 관련 플랫폼을 준비하던 KAIST 석사과정생 최유진 대표(30)와 ‘큰 기대 없이’ 만났지만 이들은 몇 마디 대화를 통해 서로의 방향성과 인재상, 문화 등 지향점이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외주 방식으로 도와주기보다는, 공동 창업을 결정한 이유다.

최 대표는 “둘 다 창업을 수익 창출 수단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교육 생태계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 다양한 기능 갖춘 플랫폼으로 학습자의 배움 기회 확대
클라썸은 교육이나 지식 공유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채팅 방식의 질의응답, 실시간 화상강의, 소셜미디어 형식의 게시글, 커리큘럼 설계 및 운영 등의 기능을 갖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도 도입해 중복 질문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응답이 이뤄지도록 했다. 내용은 모두 저장돼 공개되기 때문에 빠르게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배움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오프라인 교육 환경은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학업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있다”며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환경을 제공해 학습자의 어려움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아시아권 학생들이 언어 장벽과 쑥스러움 때문에 수업시간에 질문을 잘 하지 않아 ‘수업에 관심이 없다’는 오해를 사곤 하는데, 클라썸을 통해 ‘아시아권 학생들의 잠재력을 알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밝혔다.

현재 클라썸은 32개국 6000여 곳의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클라썸을 사용하는 기관의 절반 이상은 학교가 아닌 기업이다. 기업들은 클라썸을 직원 교육, 업무 관련 지식과 노하우 공유, 인수인계 등에 활용하고 있다.


#클라썸 사무실:
신발을 벗고 다닐 수 있도록 조성. 좌식 공간 마련해 일본식 탁상난로 ‘고다쓰’와 소파, 빈백 등을 배치.

#사무실에 담긴 철학: “‘회의실’이라는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해 시너지를 내는 것”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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