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연장’ 1년도 안 남았는데…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 17% 그쳐
김호경기자
입력 2015-03-04 03:00 수정 2015-03-04 03:00
商議 300곳 조사… 절반 “대비 미흡”
勞 반발로 임금체계 개편 지지부진… “2015년 신규채용 줄이겠다” 35.6%
“법이 바뀌니 따라야겠지만 노조가 반발하니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년이 늘어난 근로자만큼 신입사원을 줄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네요.”
국내 중견 건설업체인 A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해 4월 정년 연장법이 통과되면서 A사 정년(현재 56세)은 내년 1월부터 60세로 늘어난다. 이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와 성과급제 도입을 한때 추진하려 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정년 연장법 시행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이 별다른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은 당장 올해부터 신입사원 채용을 줄일 계획이다.
○ 노조가 반발하면 속수무책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300개 기업(대기업 132개, 중소기업 168개)을 대상으로 한 ‘정년 60세 시대 대비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160개사(53.3%)가 “대비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대비가 충분하다”와 “우리 회사는 대비가 필요 없다”는 답변은 각각 73개사(24.3%), 67개사(22.4%)에 불과했다.
임직원 300인 이상 기업은 당장 내년 1월부터, 300인 미만 기업은 2017년 1월부터 각각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번 대한상의 조사에서 올 1월 말까지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 300곳 중 52곳(17.3%)에 그쳤다. 98개사(32.7%)는 조만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66개사(22.0%)는 논의 계획조차 잡지 못했다. 나머지 84개사(28.0%)는 젊은 직원이 대부분인 정보기술(IT) 업종이거나 오히려 지금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정년 연장의 영향이 거의 없다고 했다.
○ 신규 채용에 먹구름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원하면서도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지 못한 것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성과급제도로 변경하는 등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려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 연장으로 늘어난 근로 기간과 이전까지의 근로 기간을 구분해 취업규칙을 논의하는 등 노사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스마트’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정년 연장이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300개 기업 중 34개사(11.3%)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력 과잉으로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경기 침체로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73개사(24.3%)까지 합하면 세 곳 중 한 곳이 올해 채용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박태근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기업들이 정년 연장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마저 나빠진다면 내년 이후에는 신규 채용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며 “정년 60세 시행에 앞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勞 반발로 임금체계 개편 지지부진… “2015년 신규채용 줄이겠다” 35.6%
“법이 바뀌니 따라야겠지만 노조가 반발하니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년이 늘어난 근로자만큼 신입사원을 줄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네요.”
국내 중견 건설업체인 A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해 4월 정년 연장법이 통과되면서 A사 정년(현재 56세)은 내년 1월부터 60세로 늘어난다. 이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와 성과급제 도입을 한때 추진하려 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정년 연장법 시행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이 별다른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은 당장 올해부터 신입사원 채용을 줄일 계획이다.
○ 노조가 반발하면 속수무책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300개 기업(대기업 132개, 중소기업 168개)을 대상으로 한 ‘정년 60세 시대 대비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160개사(53.3%)가 “대비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대비가 충분하다”와 “우리 회사는 대비가 필요 없다”는 답변은 각각 73개사(24.3%), 67개사(22.4%)에 불과했다.
임직원 300인 이상 기업은 당장 내년 1월부터, 300인 미만 기업은 2017년 1월부터 각각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번 대한상의 조사에서 올 1월 말까지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 300곳 중 52곳(17.3%)에 그쳤다. 98개사(32.7%)는 조만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66개사(22.0%)는 논의 계획조차 잡지 못했다. 나머지 84개사(28.0%)는 젊은 직원이 대부분인 정보기술(IT) 업종이거나 오히려 지금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정년 연장의 영향이 거의 없다고 했다.
○ 신규 채용에 먹구름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원하면서도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지 못한 것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성과급제도로 변경하는 등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려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 연장으로 늘어난 근로 기간과 이전까지의 근로 기간을 구분해 취업규칙을 논의하는 등 노사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스마트’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정년 연장이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300개 기업 중 34개사(11.3%)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력 과잉으로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경기 침체로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73개사(24.3%)까지 합하면 세 곳 중 한 곳이 올해 채용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박태근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기업들이 정년 연장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마저 나빠진다면 내년 이후에는 신규 채용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며 “정년 60세 시행에 앞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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