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통 큰 세일’에 소비자들 희비교차

동아일보

입력 2013-06-13 03:00 수정 2013-06-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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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구매자들 “가격거품 꺼진다” 환영… 기존 구매자들 “중고차값 타격” 아우성

수입자동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점유율 다툼이 치열해지자 일부 수입차 업체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차 가격을 10% 안팎 인하했다. 신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이지만 기존 구매자 사이에서는 보유 중인 차의 가격이 인하되면 덩달아 중고차 가치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준중형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 ‘더 비틀’의 판매가격을 500만 원 내렸다. 후방 스포일러(공기저항능력을 높여주는 날개 형태의 부착물)와 하이패스 단말기 등 일부 편의장치를 줄이면서 가격을 3750만 원에서 3250만 원으로 낮췄다. 이 회사는 4월 소형차 ‘폴로’를 독일 브랜드 수입차 중 가장 저렴한 2490만 원에 내놓기도 했다.

BMW그룹코리아는 저가형 ‘미니 오리지널’ 2000대를 2590만 원에 한정 판매하고 있다. 이 차는 소형차 브랜드 ‘미니’의 대표 모델인 ‘쿠퍼SE’(3040만 원)에 있는 멀티미디어 오디오 장치를 CD플레이어로 대체해 가격이 낮아졌다.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3차 관세 인하(기존 3.2%에서 1.6%로 인하)가 시행되는 것을 감안해 BMW그룹코리아는 ‘5시리즈’ 등 일부 모델에 대해 12일부터 이달 말까지 관세 인하분만큼 할인해주기로 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닛산은 5일부터 이달 말까지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의 중형세단 ‘G25 스마트’를 기존 가격(4340만 원)보다 570만 원 내린 377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펴 온 한국토요타는 중형세단 ‘캠리’를 구입하면 300만 원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벤자’와 스포츠카 ‘86’을 사면 700만 원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이달에도 계속 실시한다. 혼다코리아는 이달 말까지 중형세단 ‘어코드’와 준중형차 ‘시빅’ 등을 모델에 따라 100만∼300만 원 할인 판매한다.

이처럼 수입차 업체들이 잇달아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내놓은 것은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자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양적 성장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브랜드가 내놓은 2000만 원대 모델은 사실상 마진이 제로(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업체들의 이러한 공격적인 할인은 중고차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충성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브랜드의 중형세단을 구입한 권모 씨(34)는 “차를 산 지 1년도 안 돼 중고차 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임민경 SK엔카 홍보팀장은 “신차 할인은 중고차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할인 전에 신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예상치 않은 금전적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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