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아닌데도 미국서 합의한 도요타-기아차
동아경제
입력 2013-01-07 11:13 수정 2013-01-07 11:24
최근 들어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진행된 차량 급발진 관련 소송에서 소비자들과 잇달아 합의에 도달해 주목된다. 소비자들과 합의한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차량 급발진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원고 측과 합의에 나서 ‘모순’된 입장을 취했다.
지난해 12월 토요타자동차가 차량 급발진 사고와 관련한 집단소송에서 약 1600만 명의 미국 운전자에게 11억 달러(약 1조1781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원이 토요타의 이 같은 합의안을 받아들이면 최종 합의가 이뤄진다.
이번 사태는 2009년 8월 28일 미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토요타 렉서스 ES350이 시속 190km로 급가속하다가 4명이 숨진 사고가 발단이 됐다. 이에 변호사와 시민단체들은 토요타 차량의 가속장치와 엔진제어장치에 문제를 제기하고 집단 소송에 들어간 것. 이에 앞서 토요타는 운전석 바닥의 매트가 길어 가속장치에 걸린 것으로 보고 전 세계에 판매된 1400만 대의 차량을 리콜했지만 소비자들은 차량 급발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아자동차 역시 차량 급발진과 무관하게 운전자와 합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006년형 기아자동차 아만티(국내명 오피러스) 차주였던 매리 맥다니엘스(Mary McDaniels)는 지난 2007년 미국 오하이오 주 노턴에서 방문간호사 일을 끝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다가 급발진 추정사고로 두 다리를 다쳐 평생 불구가 됐다. 그는 곧바로 법정소송을 벌여 급발진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기아차 측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당시 법정에서 “사고차량 엔진제어장치에 전기적 이상신호가 발생해 공기와 연료의 혼합 가스량을 조절해 엔진의 회전 속도를 변화시켜주는 스로틀이 갑자기 열려 급발진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아차 미국법인은 “아만티에서는 기계적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실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자 이 사건의 배심원들은 서로 화해(settlement)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법원은 많은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리는 소송의 성격 때문에 적극적으로 소송 당사자들의 화해를 주선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사고 기술자문 전문업체인 SRS(Safety Research & Strategies, Inc.)에 따르면 결국 이 소송은 지난해 1월 비밀 합의(Confidential settlement)로 마무리됐다.
기아차 본사 관계자는 “비밀 합의라 비용 등 어떤 것도 확인할 수 없다”며 “다만 기아차는 차량에 문제가 없다고 확신해 재심을 준비했지만 소비자가 포기하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위와 같은 합의는 급발진과 관련이 없다. 그들은 “정확한 조사를 통해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며 “그러나 회사 이미지를 생각해 인도적 차원에서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송을 끌다보면 시간과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합의가 더욱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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