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유럽도 ‘반도체지원법’…韓 반도체업계 영향은?
뉴시스
입력 2022-11-28 10:51 수정 2022-11-28 10:52
미국이 각종 보조금과 조세 지원을 담은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유럽도 자국 중심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430억 유로(약 60조원)가 투입되는 ‘유럽반도체법(ECA·European Chips Act)’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EU는 내달 1일로 예정된 EU 회원국 장관회의에서 이 합의안을 최종 승인하고 ECA 도입에 나설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상반기 중 유럽의회를 거쳐 ECA 최종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유럽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ECA를 제안했다. 이 법은 역내 반도체 생산량을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반도체 산업에 430억 유로를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 측은 “2030년까지 반도체 수요는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유럽반도체법으로 EU는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유럽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이 이처럼 반도체 산업 강화에 나서며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한국을 찾은 유럽 정상들은 잇달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 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달 초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아 반도체 라인(P1)을 둘러봤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지난 17일 낸드플래시, D램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평택 1라인을 둘러봤다. 특히 산체스 총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을 갖고 스페인 내 반도체 공장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한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재용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적인 구축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단 유럽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이 섣불리 한국 기업에 긍정적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 기존 생산국들이 아무리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더라도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유럽에서 메모리를 생산하려는 시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현지에 생산기지를 지으려면 현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거나 고객사 등 시장이 커야 하는데 유럽 메모리 시장은 이런 기대에 의문을 갖게 한다”며 “한국 반도체의 최대 시장은 여전히 중국, 미국, 인도 순으로 유럽 시장에 대한 관심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 반도체 생산의 핵심은 차량용 반도체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삼성전자가 최근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는 있지만 고성능 저전력 제품 위주여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원하는 반도체와는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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