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171억 쓰고도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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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9-26 03:00 수정 2022-09-26 17:22
정부 준비 부실에 보증금센터 ‘헛돈’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이 올 6월에서 12월로 연기된 데 이어 최근 시행 지역마저 축소되자 정부의 부실한 준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2년 넘는 준비 기간 동안 별도의 기관까지 만들어 올해만 17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썼는데도 시행 규모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제도 자체가 존폐 기로에 섰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환경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컵 재질인 ‘페트(PET)트레이’를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업체는 경기 화성과 부산 등 전국에 단 2곳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등에서 사용된 일회용컵만 5억 개(2021년 기준)가 넘기 때문에 업체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더구나 업체 2곳은 지원금 부재 등을 이유로 일회용컵 재활용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종이컵, 플라스틱컵을 이용해 음료를 구입하면 음료 가격에 더해 보증금을 내고, 나중에 컵을 반납할 때 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올 6월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관련 업계 반발과 제도 보완을 이유로 정부가 시행을 12월로 미뤘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달 23일 “업계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제도를 전국이 아닌 세종과 제주에서만 우선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에 2년여의 시간이 있었지만 재활용할 업체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제도가 쪼그라든 셈이다. 더구나 제주의 경우 재활용품 처리시설도 없다. 모든 재활용품을 배를 이용해 육지로 날라야 한다.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현장이 전혀 준비가 안 돼 예정대로 전국 시행이 됐더라면 ‘컵 처리 대란’이 났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관련 예산은 계속 지출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 관리 업무를 담당한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올해 1∼8월 쓴 예산은 171억2300만 원에 달한다. 임 의원은 “지난 2년간 충분한 조사와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섣불리 제도를 추진해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계속된 시행착오로 제도가 좌초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환경부는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에 우선 시행한다’는 계획만 23일 발표했다. 향후 언제, 어떻게 전국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로드맵은 없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될 줄 알고 정부 인허가 기준에 맞춰 인프라를 구축해놨던 전국 수거업체 등 관련 업계는 날벼락을 맞았다”며 “사실상 제도가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전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전국 80개 수거업체들을 만나 제도 준비로 발생한 피해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제도 시행 전 문제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이 올 6월에서 12월로 연기된 데 이어 최근 시행 지역마저 축소되자 정부의 부실한 준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2년 넘는 준비 기간 동안 별도의 기관까지 만들어 올해만 17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썼는데도 시행 규모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제도 자체가 존폐 기로에 섰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환경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컵 재질인 ‘페트(PET)트레이’를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업체는 경기 화성과 부산 등 전국에 단 2곳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등에서 사용된 일회용컵만 5억 개(2021년 기준)가 넘기 때문에 업체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더구나 업체 2곳은 지원금 부재 등을 이유로 일회용컵 재활용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종이컵, 플라스틱컵을 이용해 음료를 구입하면 음료 가격에 더해 보증금을 내고, 나중에 컵을 반납할 때 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올 6월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관련 업계 반발과 제도 보완을 이유로 정부가 시행을 12월로 미뤘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달 23일 “업계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제도를 전국이 아닌 세종과 제주에서만 우선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에 2년여의 시간이 있었지만 재활용할 업체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제도가 쪼그라든 셈이다. 더구나 제주의 경우 재활용품 처리시설도 없다. 모든 재활용품을 배를 이용해 육지로 날라야 한다.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현장이 전혀 준비가 안 돼 예정대로 전국 시행이 됐더라면 ‘컵 처리 대란’이 났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관련 예산은 계속 지출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 관리 업무를 담당한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올해 1∼8월 쓴 예산은 171억2300만 원에 달한다. 임 의원은 “지난 2년간 충분한 조사와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섣불리 제도를 추진해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계속된 시행착오로 제도가 좌초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환경부는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에 우선 시행한다’는 계획만 23일 발표했다. 향후 언제, 어떻게 전국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로드맵은 없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될 줄 알고 정부 인허가 기준에 맞춰 인프라를 구축해놨던 전국 수거업체 등 관련 업계는 날벼락을 맞았다”며 “사실상 제도가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전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전국 80개 수거업체들을 만나 제도 준비로 발생한 피해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제도 시행 전 문제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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