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수출 중소기업 ESG 리스크, AI 통해 답을 찾다

장재웅 기자

입력 2024-06-10 03:00 수정 2024-06-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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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ESG 콘퍼런스’ 14일 개최
AI 활용한 ESG 경영전략 사례 공유
유럽발 규제로 중소기업 대응 중요성↑
수출중소기업 대상 ESG 지원도 강화


경기도는 14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판교테크노밸리)에서 ‘2024 경기도 ESG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 콘퍼런스는 세계적인 ESG 규제 강화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ESG 리스크 대응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ESG 대응 역량을 높이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경기도 제공


한국의 대기업이 독일에 완제품을 수출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대기업은 독일이 요구하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규제 조건을 잘 준수해 기업활동을 하고, 가이드에 맞게 제품을 만들어 독일에 납품했다. 그러나 정작 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한 중소기업이 독일이 요구하는 ESG 기준에 맞추지 못했다면? 이 한국 대기업은 자칫 글로벌 전체 매출의 5%를 벌금으로 내야 할 수도 있다. 올 4월 유럽연합(EU) 의회를 통과한 ‘공급망 실사 지침’ 때문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EU 내 매출액이 4억5000만 유로(약 6745억 원)를 초과하는 기업은 이르면 2027년부터 매출 규모에 따라 실사 의무를 져야 한다. 특히 원청기업은 협력업체를 포함한 공급망 전체에서 이뤄지는 기업 활동 중 인권과 환경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관리해야 한다. 주요 실사 항목은 강제노동, 임금 착취 등 국제 인권협약 사항부터 화학물질, 유해 폐기물 등에 관한 국제 환경협약, 기후변화 등 광범위하다. ‘공급망 실사 지침’이 유럽발 ESG 규제로 불리는 이유다.


● AI를 활용한 ESG 경영? 중소기업엔 ‘언감생심’

이처럼 국가별로 ESG 규제가 복잡해지고 특히 대기업뿐만 아니라 납품 업체인 중소기업의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중소기업의 ESG 대응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 중 상당수는 여전히 ESG 경영에 소극적이다. 실제 지난해 EY한영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5000억 원 미만 국내 기업 중 ESG 공시 준비를 ‘매우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또 30%는 ESG 공시를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고, ESG 대응조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57%에 달했다. 2030년이 되면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에 ESG 공시 의무가 생기는데도 중소기업이 더디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이 발 빠르게 ESG 전담 조직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최근 대기업들은 ESG 경영에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AI 기술이 데이터의 수집, 데이터 기반 예측 모니터링, 개선점 도출 관점에서 활용도가 높아 ESG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 인공지능 시대, ESG 경영의 변화 방향성

14일 경기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판교테크노밸리)에서 열리는 ‘2024 경기도 ESG 콘퍼런스’는 이 같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취지로 기획됐다. 김하나 경기도 사회혁신경제과장은 “대기업은 2026년 이후에 ESG 공시가 의무화되기 때문에 좀 더 잰걸음으로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ESG를 ‘남의 일’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콘퍼런스는 중소기업에는 공급망 등 여건에 맞는 AI 활용 ESG 경영 전략의 영감을 얻는 기회를 제공하고, 경기도 등 공공부문에는 AI 내재화 등 중소기업 ESG 경영지원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하게 된 행사”라고 설명했다.

‘AI 시대, ESG에 더 주목하라’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콘퍼런스에는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가 기조 강연자로 나서 ‘AI 시대, ESG 경영의 변화’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최근 ESG 경영에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무분별한 AI 사용은 오히려 전력의 과다 소비를 불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며 “AI가 가진 양면성이 ESG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조 강연에 이어 임동아 네이버 대외·ESG 정책 책임 리더, 정주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 하용수 LG디스플레이 책임 등 국내 대기업의 ESG 담당자들이 연사로 나서 대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어떻게 ESG 경영을 고도화하고 있는지 설명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에 시각장애인 대상 시각 보조 솔루션을 제공하는 ‘투아트’의 조수원 대표, AI 기반 탄소 저감 효과 측정 솔루션을 개발한 오광명 오후두시랩 대표 등 국내 AI 스타트업이 대거 출동해 ESG 경영에 AI를 접목한 사례를 공유한다.


●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지원 총력

또 경기도는 ‘2024 경기도 ESG 콘퍼런스’ 개최에 발맞춰 도내 중소기업의 ESG 경영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ESG 경영 지원 사업의 지원 항목을 수출 경쟁력 강화, 전담 상담센터 운영 등으로 확대 운영한다. 특히 유럽발 ESG 규제인 공급망 실사 지침을 겨냥해 수출에 주력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공급망 실사 대응 패키지’도 신설했다. 기존에는 ESG 경영을 위한 전문 컨설팅 및 진단·평가, 국제 인증 취득 등이 분야별로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분야별 상호단절성을 보완하기 위해 하나의 사업으로 통합 지원한다. 전문 컨설팅 수행 이후 완료 기업을 대상으로 모의평가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국제 인증 취득 역시 지원하는데,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ISO14001(환경경영), ISO45001(안전보건경영), ISO37001(부패방지경영) 등 기업이 원하는 ISO(국제표준화기구) 인증을 선택해 취득할 수 있다. 또 공급망 실사 대응 패키지 과정 참여 기업 중 우수 기업을 선정해 ESG 경영 강화를 위한 탄소 저감 장치 도입, 에너지 절감 설비, 정보보안시스템 구축 등의 비용도 지원한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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