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도 가성비 쇼핑… 뷰티-패션 ‘올·다·무’ 몰린다

이민아 기자

입력 2024-06-07 03:00 수정 2024-06-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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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합리적이고 품질도 좋아”
명동 올리브영 고객 80%가 외국인
관광객 쇼핑장소, 로드숍이 1위
1분기 백화점은 3.5%P 떨어져


6일 서울 중구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에서 쇼핑을 하던 필리핀 국적 실라 니카어사비아 씨(29·오른쪽)가 남자친구와 함께 미소를 짓고 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헬로, 투데이 이즈 더 라스트 세일!(오늘이 마지막 세일입니다!)”

6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올리브영의 글로벌 특화 매장인 명동타운점. 직원들의 목소리가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이 점포의 한 직원은 “고객들의 80%는 외국인”이라며 “영어로 응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손님 중 한국어를 잘하는 분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국내 뷰티·패션 ‘로드숍(길거리 직영점)’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 속에서 이른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대표되는 가성비 중심 매장들이 관광객 수요마저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의 올해 1분기(1∼3월)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63%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매출이 673% 늘었다. 이어 일본 285%, 미국 230%, 대만 229% 등 방한 관광객 비중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다.

이날도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엔 장바구니에 한국 화장품을 한가득 담은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열어 인스타그램으로 ‘추천 제품’을 살펴보며 화장품을 구매했다. 중국, 일본인 관광객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필리핀에서 온 실라 니카 어사비아 씨(29)는 “한국은 피부관리 제품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관련 제품들을 최대한 많이 구매해서 가려고 한다”면서 “다이소에 들렀다가 방금 올리브영으로 넘어왔다”고 했다. 어사비아 씨는 “면세점에는 아무래도 비싼 제품이 많아 부담스러운데, 여기서는 비싸지 않으면서도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그의 남자친구가 들고 있는 장바구니도 가득 차 있었다.

가성비를 앞세운 다이소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K뷰티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다이소 전체 매장의 해외 카드 매출과 결제 건수는 1년 전보다 76%, 61% 각각 늘어났다. 외국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매장은 서울 명동역점과 명동본점이었다. 3, 4월 기준 명동역점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은 기초화장품 ‘VT 리들샷 300’이었다. 이어 마스크팩을 포함한 화장품류가 4위까지 차지했다.

K패션 역시 화장품 못지않게 ‘가성비’가 핵심 경쟁력이다. 3월 문을 연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31%에서 지난달에는 45%로 올라갔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점도 올 1∼5월 외국인 누적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0% 늘었다. 홍대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30%까지 늘어났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면세점을 휩쓸던 과거와 달리 로드숍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K뷰티·패션을 찾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내놓은 ‘2024 외래 관광객 조사 1분기 잠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쇼핑 장소로 로드숍을 꼽은 외국인이 48.4%로 전체 1위였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로드숍은 43.6%에서 4.8%포인트 높아졌고 백화점은 39.4%에서 3.5%포인트 낮아졌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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