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하락’ 후폭풍… 전세보증보험 탈락 늘듯

최동수 기자

입력 2023-03-24 03:00 수정 2023-03-2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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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율 낮추고 공시가 떨어져
전세보증보험 가입문턱 높아져
“집주인, 반전세-월세로 매물 내놔”
‘사기 가담’ 감정평가사 징계 등 처분



A 씨는 2년 전인 2021년 3월 전세보증금 2억5000만 원에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전셋집을 구했다.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에도 가입했다. 빌라 보증금이 공시가격(1억8600만 원)의 150%(2억7900만 원)보다 낮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 5월부터 이 집을 계약하는 세입자는 보증금을 2억2300만 원까지 낮추고 월세 10만 원가량을 새로 내야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22일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서 이 빌라 공시가격이 지난해 1억8600만 원에서 올해 1억7700만 원으로 낮아진 데다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최근 빌라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보증금 상한액을 넘는 금액은 대부분 월세로 돌리고 있다”고 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 가까이 떨어지면서 연립·다세대 주택의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이 크게 하락해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전세보증금 상한액 기준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전세보증보험 가입 문턱 높아져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의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6.0% 하락했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61%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작지만 연립·다세대주택 특성상 전세가율(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주택이 많아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힘든 세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초 ‘전세 사기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5월부터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강화하기로 했다. 주택 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도 기존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하향했다. 전세가율과 공시가격 반영 비율도 낮췄는데 공시가격까지 더 낮아지면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 상한선도 내려간 것이다.

당장 현장에서는 전세보증금 상한선을 초과하는 금액은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나온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공인중개업소는 “그나마 시장에 남아있던 전세 매물도 대부분 반전세나 월세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집주인들도 세입자를 빨리 들이기 위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반전세나 월세로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 ‘전세사기 가담’ 감정평가사 첫 징계
국토부는 전세사기를 막고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처벌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날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를 열어 전세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 3명에게 징계 처분 및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감정평가사들은 감정평가서를 발급하면서 단지 내 평균 거래가격을 배제하고 외부의 고액 사례를 선정해 빌라 감정평가액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는 자격 박탈까지 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대출 시스템 개선 시범사업도 확대한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한국부동산원이 제공하는 확정일자 정보를 확인하고 세입자 보증금을 고려해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세입자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전입신고 다음 날 0시)하기 전에 집주인이 선순위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세입자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에 이어 5월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에서 순차적으로 시범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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