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선 잘 나가는데…韓 태양광, 국내서 중국산에 밀리는 이유는?
뉴시스
입력 2023-03-22 10:37 수정 2023-03-22 10:37
미국에서 사업을 속속 확장하고 있는 한국 태양광 기업들이 정작 국내에서는 중국산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UFLPA)으로 중국산 태양광 제품 입지가 미국 내에서 한결 좁아지며 한국 태양광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UFLPA는 중국 신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강제 노동과 무관하다는 명백한 증거 없이는 미국으로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법이다.
한화솔루션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을 한화큐셀 북미 법인 대관 담당 총괄로 영입하며, 25억 달러(약 3조2672억원)를 투입해 미국 공장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OCI도 UFLPA 등으로 비중국 폴리실리콘 수요가 늘면서 미국 내 생산 역량을 2029년 6.5만 톤으로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사업은 미국과 온도차가 크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펴면서 한국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어서다.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 등으로 이어지는 국내 태양광 원재료 생태계는 이미 무너진 상태다.
태양광의 기초 원자재인 폴리실리콘 수출은 2017년 10억 달러(약 1조3096억원)에서 지난해 9500만 달러(약 1244억원)로 급감했다. OCI와 한화솔루션이 2020년부터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잉곳이나 웨이퍼는 이미 중국 의존도가 95%에 육박한다.
중국산 모듈도 한국 제품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며 SKC는 태양광 모듈용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시트 사업을, LG전자는 태양광 모듈 사업을 각각 중단했다.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 점유율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산 셀은 59%, 모듈은 32% 점유율을 보였다. 중국산 셀을 사서 국내에서 모듈을 만들면 국산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실제 중국산 제품 비율은 훨씬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국 기업들은 고급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프리미엄 모듈 제품인 큐피크 듀오 시리즈를 선보였다. 태양 전지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모듈 출력을 높이는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OCI도 고순도 폴리실리콘에 집중하고 있다. 범용 폴리실리콘은 중국 업체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또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면서 초과 공급이 우려되는 폴리실리콘과 달리 고순도 폴리실리콘 시장은 꾸준한 상승세다.
한국 태양광 업체들이 유럽연합(EU)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들린다. 실제 유럽판 IRA로 불리는 탄소중립산업법(NZIA) 초안이 공개돼 한국 기업들이 한결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EU의 올 태양광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21.5% 성장할 전망이다.
단 국내 기업들이 당장 EU 보조금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EU 내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거나 증설 계획이 있는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UFPLA와 달리 중국산 제품 수입을 규제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조금 관점에서 직접적 수혜는 없지만 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확대하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은 태양광 수요와 발전 사업 수요 확대에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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