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석동빈 기자의 DRIVEN]女vs 男… 어떠한 ‘섹시카’를 맛보고 싶은가요?
동아일보
입력 2013-02-25 03:00 수정 2013-02-25 10:02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예민한 운전대·소프라노톤 배기음, 페라리 ‘458 이탈리아’
전투기 같은 외관·묵직한 움직임,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디자인 측면에서 볼 때도 페라리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적인 곡선이 두드러진 반면
람보르기니는 칼로 베어낸 듯 날카롭고 남성적인 강인함이 드러난다. 페라리의 엔트리 모델인 ‘458 이탈리아’와 람보르기니의 최고 기함인 ‘아벤타도르 LP700-4’를 비교 시승했다. 서로 체급이 다르기 때문에 동력성능에서 수평적인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458과 아벤타도르는 두 브랜드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냈다고 평가받는 모델이어서 브랜드를 파악하는 데 손색이 없다. 》
458은 ‘섬세하고 까다로운 여성’
458의 배기음은 소프라노 같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은 청아한 선율을 연주한다. 엔진회전수가 9000rpm에 이르면 오페라의 프리마돈나가 클라이맥스에서 울부짖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슈퍼카를 운전하는 맛은 성능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엔진이 토해내는 멋진 배기음이다. 그래서 슈퍼카 브랜드는 가급적 터보차저로 출력을 높이는 방법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터보차저는 배기가스 압력을 이용하는 장치인데 그 과정에서 엔진이 내보내는 순수한 사운드가 죽어버리기 때문에 배기량과 엔진회전수를 높여 출력을 상승시키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458의 8기통 4.5L급 엔진 역시 터보차저나 슈퍼차저를 쓰지 않은 자연흡기 엔진으로 565마력을 뿜어낸다. 페라리의 다른 모델들은 12기통으로 더욱 강력한 힘과 고급스러운 엔진 회전을 자랑하지만 8기통으로도 충분히 페라리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운전석으로 들어가보자. 458의 시동을 거는 방법은 일반 자동차와 다르다. 시동키를 돌린 뒤 운전대에 붙어 있는 스타트 버튼을 눌러야 한다. 아예 기어레버는 없다. 운전대 뒤쪽 좌우에 붙어 있는 패들 시프트 중 오른쪽을 한 번 당기면 1단이 들어간다. 기어를 중립으로 넣으려면 좌우 패들 시프트를 동시에 당겨야 한다. 페라리에 처음 앉아보는 운전자라면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것도 힘들 수 있는 대목이다.
깊숙하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체가 꿈틀거림과 동시에 살짝 꽁무니가 흔들리며 발진한다. 만만히 다룰 녀석이 아니라는 느낌이 팍 와 닿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3.4초, 최고속도는 시속 325km에 이른다.
좌우로 굽이치는 커브길을 만나면 458의 운전석은 더욱 즐거워진다. 숫돌로 예리하게 갈아낸 스케이트 칼날이 얼음판을 파고드는 것처럼 아스팔트를 단단히 붙잡고 돌아 나간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짜릿하다. 차체의 밸런스가 대단히 훌륭해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꽁무니가 스르르 미끄러질 때 운전대를 미끄러지는 방향의 반대로 돌리는 카운터 스티어링 기술을 쓰면 깔끔하게 중심이 잡히며 컨트롤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제법 성깔이 있어서 거칠게 다루면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차체가 스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너무 날카로운 칼이어서 잘 다루면 천하 명검이 되지만 잘못 다루면 베일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458은 아름다운 얼굴에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지만 성격은 앙칼진 여성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격은 4억 원대.
아벤타도르는 ‘우직하고 강인한 남성’
스텔스 전투기 같은 외관은 보는 이를 주눅 들게 한다. 옆에 서 있는 페라리조차 평범하게 보이게 할 정도다. 문이 위로 열리는 점도 시선을 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변신로봇 같은 느낌이다. 슈퍼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디자인에 애니메이션적인 요소가 강해 쉽게 질릴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아벤타도르는 운전석 오른쪽에 있는 빨간색 캡을 연 뒤 시동 스위치를 눌러야 시동이 걸린다. 마치 전투기의 시동을 거는 것 같다. 출발하려면 페라리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패들을 당겨야 1단 기어가 들어간다. 문 안쪽에는 문을 여는 손잡이가 없다. 문의 발판 부분에 레버가 들어가 있어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문을 열고 내리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릴 듯하다. 슈퍼카는 뭐든지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람보르기니의 집착이 엿보인다.
시동을 걸면 12기통 6.5L 엔진이 바닥에 깔리는 부드러운 저음을 내며 잠에서 깨어난다. 과거 람보르기니의 최고 모델이었던 ‘디아블로’처럼 지축을 울리는 듯한 거친 포효는 줄었다. 아벤타도르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고급스럽고 웅장한 엔진음을 선사한다.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묵직하다. 4륜 구동이어서 더욱 안정감이 높다. 시승할 때 노면이 미끄러운 편이었는데도 아벤타도르는 타이어의 미끄러짐이 별로 없이 잘 치고 나갔다.
슈퍼카는 빗길이나 겨울철에는 운행이 힘들다는 단점을 아벤타도르는 4륜 구동으로 깨어버렸다. 덕분에 급출발을 할 때 바퀴의 미끄러짐이 적어 마치 화살이 활시위에서 튀어나가는 것처럼 차가 발진한다. 그래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2.9초에 불과하다. 시속 200km까지는 8.9초, 300km까지는 24.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마치 차가 추돌을 당한 것처럼 시트가 강하게 등을 때리며 앞으로 돌진하다. 초반 가속 때는 머리가 뒤로 붙어버려 고개를 앞으로 내밀기 힘들 정도다.
이렇게 빠르지만 운전은 슈퍼카 중에서는 쉬운 편이다. 700마력에 이르는 출력을 4륜 구동을 바탕으로 까다롭지 않게 컨트롤할 수 있다. 실력이 평범한 운전자라면 후륜구동의 동급 페라리보다 더 빠르게 몰 수 있다.
하지만 날카로운 핸들링의 맛은 페라리보다 조금 떨어진다. 페라리가 가볍고 날카롭게 움직이는 사무라이의 일본도라면 람보르기니는 무겁고 부러지지 않는 아서 왕의 엑스칼리버라고나 할까. 가격은 6억 원을 넘는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예민한 운전대·소프라노톤 배기음, 페라리 ‘458 이탈리아’
전투기 같은 외관·묵직한 움직임,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페라리의 엔트리 모델인 ‘458 이탈리아’(위). 람보르기니의 최고 기함인 ‘아벤타도르 LP700-4’(아래).
《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세계에서 가장 멋지고 빠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두 브랜드다. 지존의 자리를 놓고 50년간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페라리가 슈퍼카의 터줏대감이라면 람보르기니는 ‘페라리보다 빠른 차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운 도전자의 입장이다.디자인 측면에서 볼 때도 페라리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적인 곡선이 두드러진 반면
람보르기니는 칼로 베어낸 듯 날카롭고 남성적인 강인함이 드러난다. 페라리의 엔트리 모델인 ‘458 이탈리아’와 람보르기니의 최고 기함인 ‘아벤타도르 LP700-4’를 비교 시승했다. 서로 체급이 다르기 때문에 동력성능에서 수평적인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458과 아벤타도르는 두 브랜드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냈다고 평가받는 모델이어서 브랜드를 파악하는 데 손색이 없다. 》
458의 배기음은 소프라노 같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은 청아한 선율을 연주한다. 엔진회전수가 9000rpm에 이르면 오페라의 프리마돈나가 클라이맥스에서 울부짖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슈퍼카를 운전하는 맛은 성능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엔진이 토해내는 멋진 배기음이다. 그래서 슈퍼카 브랜드는 가급적 터보차저로 출력을 높이는 방법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터보차저는 배기가스 압력을 이용하는 장치인데 그 과정에서 엔진이 내보내는 순수한 사운드가 죽어버리기 때문에 배기량과 엔진회전수를 높여 출력을 상승시키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458의 8기통 4.5L급 엔진 역시 터보차저나 슈퍼차저를 쓰지 않은 자연흡기 엔진으로 565마력을 뿜어낸다. 페라리의 다른 모델들은 12기통으로 더욱 강력한 힘과 고급스러운 엔진 회전을 자랑하지만 8기통으로도 충분히 페라리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운전석으로 들어가보자. 458의 시동을 거는 방법은 일반 자동차와 다르다. 시동키를 돌린 뒤 운전대에 붙어 있는 스타트 버튼을 눌러야 한다. 아예 기어레버는 없다. 운전대 뒤쪽 좌우에 붙어 있는 패들 시프트 중 오른쪽을 한 번 당기면 1단이 들어간다. 기어를 중립으로 넣으려면 좌우 패들 시프트를 동시에 당겨야 한다. 페라리에 처음 앉아보는 운전자라면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것도 힘들 수 있는 대목이다.
깊숙하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체가 꿈틀거림과 동시에 살짝 꽁무니가 흔들리며 발진한다. 만만히 다룰 녀석이 아니라는 느낌이 팍 와 닿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3.4초, 최고속도는 시속 325km에 이른다.
좌우로 굽이치는 커브길을 만나면 458의 운전석은 더욱 즐거워진다. 숫돌로 예리하게 갈아낸 스케이트 칼날이 얼음판을 파고드는 것처럼 아스팔트를 단단히 붙잡고 돌아 나간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짜릿하다. 차체의 밸런스가 대단히 훌륭해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꽁무니가 스르르 미끄러질 때 운전대를 미끄러지는 방향의 반대로 돌리는 카운터 스티어링 기술을 쓰면 깔끔하게 중심이 잡히며 컨트롤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제법 성깔이 있어서 거칠게 다루면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차체가 스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너무 날카로운 칼이어서 잘 다루면 천하 명검이 되지만 잘못 다루면 베일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458은 아름다운 얼굴에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지만 성격은 앙칼진 여성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격은 4억 원대.
스텔스 전투기 같은 외관은 보는 이를 주눅 들게 한다. 옆에 서 있는 페라리조차 평범하게 보이게 할 정도다. 문이 위로 열리는 점도 시선을 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변신로봇 같은 느낌이다. 슈퍼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디자인에 애니메이션적인 요소가 강해 쉽게 질릴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아벤타도르는 운전석 오른쪽에 있는 빨간색 캡을 연 뒤 시동 스위치를 눌러야 시동이 걸린다. 마치 전투기의 시동을 거는 것 같다. 출발하려면 페라리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패들을 당겨야 1단 기어가 들어간다. 문 안쪽에는 문을 여는 손잡이가 없다. 문의 발판 부분에 레버가 들어가 있어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문을 열고 내리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릴 듯하다. 슈퍼카는 뭐든지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람보르기니의 집착이 엿보인다.
시동을 걸면 12기통 6.5L 엔진이 바닥에 깔리는 부드러운 저음을 내며 잠에서 깨어난다. 과거 람보르기니의 최고 모델이었던 ‘디아블로’처럼 지축을 울리는 듯한 거친 포효는 줄었다. 아벤타도르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고급스럽고 웅장한 엔진음을 선사한다.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묵직하다. 4륜 구동이어서 더욱 안정감이 높다. 시승할 때 노면이 미끄러운 편이었는데도 아벤타도르는 타이어의 미끄러짐이 별로 없이 잘 치고 나갔다.
슈퍼카는 빗길이나 겨울철에는 운행이 힘들다는 단점을 아벤타도르는 4륜 구동으로 깨어버렸다. 덕분에 급출발을 할 때 바퀴의 미끄러짐이 적어 마치 화살이 활시위에서 튀어나가는 것처럼 차가 발진한다. 그래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2.9초에 불과하다. 시속 200km까지는 8.9초, 300km까지는 24.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마치 차가 추돌을 당한 것처럼 시트가 강하게 등을 때리며 앞으로 돌진하다. 초반 가속 때는 머리가 뒤로 붙어버려 고개를 앞으로 내밀기 힘들 정도다.
이렇게 빠르지만 운전은 슈퍼카 중에서는 쉬운 편이다. 700마력에 이르는 출력을 4륜 구동을 바탕으로 까다롭지 않게 컨트롤할 수 있다. 실력이 평범한 운전자라면 후륜구동의 동급 페라리보다 더 빠르게 몰 수 있다.
하지만 날카로운 핸들링의 맛은 페라리보다 조금 떨어진다. 페라리가 가볍고 날카롭게 움직이는 사무라이의 일본도라면 람보르기니는 무겁고 부러지지 않는 아서 왕의 엑스칼리버라고나 할까. 가격은 6억 원을 넘는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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