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2%만 “나도 감염될수 있다”… 7말8초 방심이 방역실패 불러

이미지 기자 , 강동웅 기자 , 김소민 기자

입력 2020-08-20 03:00:00 수정 2020-08-20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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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비상]경제 봉쇄수준 ‘3단계’ 상향 기로

남산생활치료센터 찾은 丁총리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19일 서울 중구 서울유스호스텔에 마련된 남산생활치료센터를 찾아 운영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이 센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이들이 입소한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번 달 사흘간의 연휴를 하루 앞둔 14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동시다발적 집단감염으로 방역당국에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감염 확산의 조짐은 그전부터 감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휴 시작 전부터 국민들의 이동량이 늘었고 위험시설로 분류된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급증하는 등 곳곳에서 경각심이 느슨해졌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9일 브리핑에서 “15일 이후 일주일이 채 안 돼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것은 8월 초부터 지역 확산이 이뤄져 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외출 자제 호소에도 150만 명 영화 관람

코로나19 환자가 급증세를 보이기 전인 7월 말∼8월 초부터 이미 국민들의 이동량과 다중시설 이용 횟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과 SK텔레콤이 휴대전화 이용자의 이동량을 분석한 결과 신천지예수교 사태로 1차 유행이 한창이던 올해 2월 24일∼3월 1일 일주일간 이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70.6%였다. 하지만 이달 10∼16일엔 작년 동기의 99.6%까지 올랐다. 시민들의 이동량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중위험시설인 영화관을 찾는 방문객도 크게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97만2576명이던 관람객 수가 이달 들어선 19일까지 715만9016명이나 됐다. 8월 3∼9일 일주일 동안에만 전국에서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7월 진행된 제13차 코로나19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국내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이 전달에 비해 28%포인트 줄었다. ‘내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전체의 12%밖에 되지 않았다. 바이러스 확산이나 감염 우려에 대한 경계가 약해진 것이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는 사람 수도 줄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월 말∼6월 초 하루 최대 1만8000여 명에 달했던 검사자 수는 계속 줄어 8월 초엔 4000∼1만 명 수준이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일평균 확진자 수에 별 차이가 없어 역학조사를 받는 숫자는 비슷한데 검사를 받으러 제 발로 찾아오는 사례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7말 8초’ 기간의 이 같은 방심이 바이러스의 ‘조용한 전파’로 이어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무증상 환자가 많고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19 감염병의 특성상 감염 환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15∼17일 연휴기간까지 이어졌다. 이틀 연속 1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14, 15일 시민들의 이동량은 4074만 건으로 일주일 전인 8일의 3538만 건보다 15% 이상 많아졌다. 이날은 방역당국이 브리핑을 통해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켜 달라”고 한 날이었다. 방역당국의 호소에도 연휴 사흘 동안 전국 영화관에 1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강원과 제주 등 관광지도 연휴 사흘 동안 붐볐다. 15∼17일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3만4712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11만9863명)보다 12.4%나 많았다. 사흘간 강원 강릉시의 15개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은 12만9722명이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의 방역 준수 의식이 느슨해지고 있다”며 “지금 고삐를 다잡지 않으면 큰 고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 정부도 ‘이중 메시지’로 위기 자초

정부가 방역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정세균 국무총리는 “심신이 지친 국민과 의료진에 조금이나마 휴식의 시간을 드리고 내수 회복의 흐름도 이어가기 위해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곧이어 국무회의에서 공휴일 지정안이 의결됐다.

일부 부처는 연휴를 앞두고 외식·공연·여행 할인쿠폰을 발행하기도 했다.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하고 외식·여행 쿠폰을 뿌린 건 ‘방역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놀러 다녀도 된다’고 하는 이중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방역을 강화하기보다는 방역과 관련된 명확한 기준과 지침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방역 단계별 기준을 좀 더 정밀하게 다듬고 단계마다 운영이 가능한 시설과 불가능한 시설도 명확한 기준을 두고 나눠야 한다”고 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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