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꽃’도 다문화… 외국인 승무원 쑥쑥 는다

동아일보

입력 2012-03-12 03:00 수정 2012-03-1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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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다국적 승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양소정, 아라이 유리(일본), 갈리나 고류슈키나 씨(우즈베키스탄). 이들은 “국적은 달라도 승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목표만큼은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이고, 기특하네. 한국말 할 줄 알아요?”

입사 이후 첫 비행에서 한국인 승객에게 들은 말이 무엇인지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갈리나 고류슈키나 씨(26·여)는 망설임 없이 이같이 답했다. 한 할머니에게 서툰 한국어로 “짐 올려드릴까요?”라고 묻자 돌아온 반응이었다. 그녀는 “그 한마디에 ‘한국 승객들이 외국인 승무원을 싫어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2006년부터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하고 있는 고류슈키나 씨는 이 회사의 외국인 승무원 중 한 명이다.


○ 자국어-영어-한국어 어려움 없이 구사

최근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등 국내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을 타면 한국말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 승무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9년 269명(9.5%)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외국인 승무원은 2010년 333명(10.6%), 2011년 361명(10.8%)으로 늘어났다. 대한항공도 6200여 명의 승무원 가운데 현재 500명이 외국인 승무원이다. 국적은 태국,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다양하다.

외국인 승무원이 늘어나는 것은 인천공항이 허브 공항으로 떠오르면서 외국인 승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승무원에 대한 한국 승객들의 반응이 좋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은 의사소통 문제로 외국인 승무원에 대한 내국인 승객들의 불만이 많을 것으로 우려했지만 실제 투입해 보니 괜한 걱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소운 아시아나항공 선임사무장은 “외국인 승무원의 서비스에 불편해하는 한국 승객보다는 신기하다는 반응이 훨씬 많다”며 “한국인 승무원들을 다소 거칠게 대하는 승객들도 외국인 승무원들에게는 차마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외국인 승무원들이 자국 노선에만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2009년부터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하고 있는 태국 출신의 짜데사도뽄 풍차로엔 씨(26·여)는 “태국 방콕, 푸껫 노선 외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등 전 노선에 투입된다”며 “외국인 승무원들은 모두 자국 언어 외에 영어, 한국어 등 3개 언어를 큰 어려움 없이 구사한다”고 말했다.


○ 항공사에 부는 ‘다문화’ 바람


국내 항공사 승무원들의 규율은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입사 기수에 따라 깎듯이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야 한다. 외국인 승무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2008년 입사한 일본인 아라이 유리 씨(28·여)는 “비행 중 실수 하나에도 엄격하게 다그치던 선배님이 하나 남은 껌을 2명의 외국인 후배들과 나눴던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며 “규율이 강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 챙겨주는 따뜻함이 한국에는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승무원들도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에 대한 인식과 배려를 익혔다. 강 선임사무장은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 출신 승무원들은 라마단 기간에는 10시간 넘는 비행 중에도 물 한 방울 마시지 않는다”며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이슬람 국가 출신 승무원들이 조금 덜 움직일 수 있도록 이해하고 배려해준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도 외국인 승무원들을 늘려갈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승객들이 ‘가장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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