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염색약 호흡곤란에 실명까지…보상은?
동아경제
입력 2013-04-23 10:42 수정 2013-04-23 10:46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이모 씨(39)는 20만 원대 명품 에센스 사용 후 오랜 시간 고통에 시달렸다. 사용 당일부터 얼굴이 간지럽고 붉어지더니 시간이 지나자 얼굴 전체에 뾰루지가 올라왔기 때문. 이 씨는 ‘에센스’ 문제를 입증하라는 판매사의 요구에 피부과를 찾았지만 큰 비용이 드는 조직 검사 외엔 딱히 방법이 없어 보상 요청을 포기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사는 A씨는 얼마 전 충격적인 염색약 부작용을 경험했다. 그가 새치머리 염색을 위해 염색약을 사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얼굴이 붓고 호흡곤란 증상까지 발생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 당시 의사는 ‘혈관부종과 안면부종으로 인한 실명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가족들은 제조업체에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두피가 예민한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례적인 답변만 들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23일 이처럼 미용을 위해 사용한 화장품과 염색약으로 부작용을 겪은 피해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보상 관련 규정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컨슈머리서치의 자체 소비자 피해신고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과 염색약 등의 피해사례는 각각 67건과 28건으로 집계됐다.
화장품의 경우 ▲모낭염·홍반 증상이 동반된 접촉성 피부염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는 부종 피해 등이 많았다. 염색약 부작용은 두피 발진·가려움·부종 등 접촉성 피부염 증세가 주를 이뤘다. 심한 경우 탈모와 눈썹 빠짐, 안면부종으로 인한 실명 위험 등도 간혹 발생했다.
이처럼 부작용 사례가 적지 않지만 피해를 보상받기는 쉽지 않다. 화장품의 경우 적게는 2~4개에서 많게는 십여 가지가 넘는 단계별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트러블의 원인이 ‘특정제품’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염색약 역시 피부에 문제가 없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주성분에 대부분 페라페닐렌디아민(이하 PPD)이 포함돼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컨슈머리서치 조사 결과 시중에 판매중인 새치머리용 제품 10개 중 PPD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은 9개에 달했다.
PPD는 염색약 부작용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피부발진, 가려움, 부종, 탈모, 천식, 호흡장애 등의 부작용에 이어 눈에 장기간 접촉 시 시각장애로 인한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정청 식품정책과 관계자는 “PPD는 검은색을 내기 위해 첨가되는데 개인에 따라 알러지 반응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부작용 예방을 위해 염색약 사용 전 ‘페치테스트’로 안전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하지만 제조사 측은 ‘민감한 피부’, ‘특이체질' 등의 이유로 보상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화장품 등 부작용 피해 시 치료비, 경비 및 일실소득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특정 제품으로 인한 트러블’이란 사실이 증명돼야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병원에서 ‘특정 제품’을 원인으로 꼽아 진단서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어렵게 원인을 입증해 치료비용을 보상받는다고 해도 사후관리에 대한 보상범위를 두고 또 다시 갈등이 빚어진다. 피부 트러블의 경우 1차 치료에 이어 2차적으로 피해 부위를 회복하기 위한 치료과정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미용을 위한 치료’로 비급여 항목에 포함돼 보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2차 치료비용은 고스란히 피해 소비자의 몫이다.업계 관계자는 “병원비 전체를 보상해줄 경우 소비자들이 이를 악용해 미용을 목적으로 한 관리비용까지 청구할 우려가 있어 이와 같은 원칙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화장품이나 염색약 종류가 늘어나면서 부작용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사실상 보상은 사각지대에 있다”며 “보상 받을 수 있는 진단서 발급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빠르게 원상태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후속치료비 보상 등의 규정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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